[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반도체 공급난으로 주가가 오른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들이 공격적인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올해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이 130조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세계 1·2위인 TSMC와 삼성전자를 도발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취임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에 이어 유럽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겔싱어 CEO는 7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오토쇼에서 최대 800억 유로(약 110조3천억원)를 투자해 아일랜드에 차량용 반도체 공장 두 곳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겔싱어 CEO는 "반도체 수요가 계속되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대담한 사고방식이 필요하다"며 "반도체 공급난의 최대 피해자인 자동차 업계를 위해 아일랜드 공장의 제조 역량을 차량용 반도체 부문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텔의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 계획은 지난 3월 200억 달러(약 23조원)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주에 공장 2곳을 신설하고 35억 달러(약 4조원)를 투자해 뉴멕시코주 공장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지 약 반년 만에 나왔다.
겔싱어는 CEO는 이사회에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투자를 CEO직 수락 조건으로 내걸었을 정도로 파운드리에 사활을 걸었다. 최근 반도체 업체들이 반도체 설계(팹리스)나 파운드리 중 한 분야에만 주력하는 경향이 강해진 상황에서 인텔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겔싱어 CEO는 투자만이 인텔이 반등할 수 있는 길이라 보고 있다. 인텔은 매출(지난해 연매출 86조원) 기준으로 여전히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지만 생산 경쟁에서는 대만 TSMC, 삼성전자 등에 밀리고 있다. 중앙처리장치(CPU) 판매량에서도 AMD에 추격을 당하고 있다.
인텔이 이같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더라도 TSMC, 삼성전자를 단숨에 추격하기는 쉽지 않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점유율 52.9%로 1위를 차지했고, 삼성전자는 17.3%로 2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에 이어선 대만 UMC(7.9%), 미국 글로벌파운드리(6.1%) 순이다.
다만 인텔이 인수·합병(M&A)으로 몸을 불릴 수도 있어서 예상보다 빨리 파운드리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도 있다. 불발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인텔은 세계 4위 파운드리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고민하기도 했다.
겔싱어 CEO는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M&A에는 기꺼이 사려는 사람과 기꺼이 팔려는 사람이 있다"며 "나는 기꺼이 사려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TSMC와 삼성전자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TSMC는 향후 3년간 파운드리에 14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171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현재 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내 두 번째 파운드리 공장 부지를 검토하고 있으며, 공장 부지로는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가 호황기를 맞으며 업체들이 현재를 투자의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 대형 M&A 등이 많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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