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애플의 스마트폰 신제품 '아이폰13' 시리즈에 공급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모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국 BOE도 최근 조건부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직까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견고한 벽을 넘을 수준은 아니지만, 애플이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에는 국내 업체들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13' 전 시리즈에 국내 주요 업체들이 생산한 OLED 패널을 채택했다. 이 중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13 프로(6.1형)·프로맥스(6.7형)' 모델에,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13' 일반형과 '아이폰13 미니'에 모바일용(중소형) OLED 패널을 공급했다.
중국 IT 매체 기즈차이나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아이폰13(미니 포함)' 1천100만 대, '아이폰13 프로' 6천900만 대, '아이폰13 프로맥스' 2천600만 대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아이폰13'에 적용되는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7천700만 대, 나머지 2천900만 대를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13' 시리즈에 각각 73%, 27%의 패널을 공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애플이 올해 중소형 OLED를 전년 동기 대비 48% 늘어난 1억6천900만 대 출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65%인 1억1천만 대는 삼성디스플레이가, 30%에 해당하는 5천만 대는 LG디스플레이가 차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중국 BOE 역시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12' 교체용(리퍼비시) 디스플레이로 900만 대쯤 공급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애플은 최근 들어 스마트폰에 OLED를 탑재하는 비율을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9년 전체 28.4%에 불과했던 OLED 탑재 비율은 지난해 이보다 두 배쯤인 56%까지 확대됐고, 올해는 전체 스마트폰의 77.6%에 OLED가 적용될 것으로 관측됐다. 액정표시장치(LCD)와 비교해 얇고 가벼우면서도 화질이 우수하다는 OLED에 장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 BOE가 최근 '아이폰13'용 OLED 패널에 대한 조건부 공급 승인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져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대만 IT 매체인 디지타임즈에 따르면 애플은 BOE 측에 자사 기준을 100% 충족할 때까지 OLED 결점을 계속 보완한 후 실제 제품에 탑재한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전해졌다. BOE는 현재 쓰촨성 청두에 있는 생산라인에서 애플용 OLED를 생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OE는 애플이 OLED를 처음 적용한 '아이폰X'가 나온 지난 2017년부터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수 차례 도전했다. 하지만 낮은 수율(생산품 중 양품의 비율)과 성능 문제가 걸림돌이 돼 애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만 꾸준한 도전 끝에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아이폰12'용 OLED 패널을 공급하게 됐으나, 패널 공급량은 '아이폰12' 전체 생산량의 5%에 불과했다.
BOE가 애플의 문턱을 쉽게 넘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폰13'용 OLED의 핵심 기술인 저온다결정산화물(LTPO·Low-Temperature Polycrystalline Oxide) 박막트랜지스터(TFT·Thin Film Transistor)와 터치일체 OLED 기술을 제대로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LTPO TFT는 OLED 디스플레이의 주사율을 높이면서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한 핵심 기술로 애플이 특허를 갖고 있다. 현재 기준으로 두 기술을 동시에 구현하는 곳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LG디스플레이는 터치일체 OLED 기술은 있지만 스마트폰용 LTPO TFT 방식과 관련해선 현재 기술 개발 중이다. 다만 애플워치엔 LTPO TFT 방식의 패널을 공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BOE는 애플의 까다로운 품질 검사를 통과해야 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보는 듯 하다"며 "애플이 BOE에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고 BOE가 만든 OLED 패널이 '아이폰13'에 바로 탑재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적은 양이라도 '아이폰13' 탑재에 성공하면 향후 물량을 늘려갈 가능성이 있단 점에서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LCD 시장에서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와 한국이 장악했던 시장 전체를 빼앗은 전력이 있는 만큼, OLED 시장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또 BOE가 OLED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BOE는 현재 중국 청두와 면양에 6세대(1천500㎜×1천850㎜) OLED 생산라인을 각각 운영 중으로, 올해 상반기 OLED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내년에는 충칭에 6세대 OLED 공장 3곳을 추가로 건설할 예정으로, 내년 중소형 OLED 연간 생산능력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뛰어 넘어 최대 3억4천5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시장조사업체 DSCC는 BOE를 중심으로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오는 2025년 전 세계 디스플레이 생산 능력의 7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19년부터 과반 점유한 LCD 시장뿐 아니라 OLED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한국 업체들과의 경쟁도 더 고조될 것으로 예측했다.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의 스마트폰용 OLED 시장 점유율은 2018년 5% 남짓에서 올 1분기 12.6%로 늘었다. 내년에는 26%까지 높아진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OLED 패널이 점차 중저가 스마트폰에까지 적용되면서 저렴한 중국산 OLED 패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로, 보급형 스마트폰용 OLED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점유율을 많이 끌어올린 상태"라며 "내년에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이 60%대로 하락하고 BOE 등 중국 업체의 점유율이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애플이 주로 사용하는 고사양 프리미엄급 OLED 패널은 아직까지 중국 업체들이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을 따라오지 못해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며 "애플이 삼성, LG와의 가격 협상력을 높이고자 향후 중국 BOE 등을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국내 업체들에겐 잠재적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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