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국내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미술산업의 발전을 위해 물납제 등 제도적 지원책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공개한 '글로벌 미술시장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미술시장은 새로운 소프트파워 산업으로의 발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성장 정체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경련은 미술품 물납제 등 산업 성장을 촉진할 제도적 기반과 세계적 아트페어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등의 산업 육성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미술시장은 이미 미국, 영국, 중국 등이 주도하는 선진국형 산업으로 발전해 지난 2019년 기준 644억 달러(약 74조원) 규모에 이른다. 2020년 세계 자동차반도체 시장 규모가 380억 달러, 음반시장이 216억 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거대시장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다만 지난해 세계 미술시장 규모는 코로나 영향으로 전년 대비 약 22%가량 축소한 501억 달러에 머물렀다.
미술산업은 관광 등 연관산업과 경제·산업적 시너지가 큰 고부가가치 산업이기도 하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세계적 미술도시가 된 영국 게이츠헤드 지역의 옛 탄광마을 지역은 연 1천865만 명이 방문해 연 6억2천만 파운드를 숙박으로 지출하고, 약 2만여 명이 직·간접 고용되는 효과를 얻었다. 실제로 문화예술산업의 부가가치계수는 0.827로, 서비스업(0.815), 일반 제조업(0.568)보다 높다.
최근에는 국내 미술시장에 대한 국내외 관심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수익률이 좋은 미술작품에 투자하는 '아트테크'에 대한 관심과 고(故) 이건희 회장의 미술·문화재 유산 등이 계기가 됐다. 여기에 한국의 구매력과 아시아 시장 진출의 지리적 매력도가 더해져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도 내년에 서울에서 개최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 미술시장 대비 한국 미술시장은 10년간 성장이 정체상태다. 글로벌 미술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급격한 위축을 겪은 2009년 395억 달러에서 2019년 644억 달러 규모로 빠르게 회복해 지난 10년간 63% 성장한 반면, 국내 미술시장은 지난 10년간 1.6% 성장(2009년 4천83억원→2019년 4천146억원)에 그쳤다.
산업 발전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거래시장의 경쟁력을 봐도 한국은 세계 15위 수준이다. 아트프라이스(2019)가 집계한 세계 순수미술(골동품 등 제외) 경매시장은 미국(46억1천400만 달러), 중국(41억200만 달러), 영국(21억700만 달러) 등 3국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5천500만 달러)은 미국, 중국과 각각 약 84배, 74배 차다.
이처럼 국내 미술시장의 산업적 발전이 부진한 이유로 우선 세계적인 미술관 등 미술산업 인프라가 충분치 않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세계 주요 미술관의 소장품 현황을 살펴보면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 약 20만 점,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이 6만6천여 점의 작품을 소장한 것과 달리 국내 국립현대미술관(약 8천500점), 서울시립미술관(약 5천 점)등은 작품 수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또 작가의 작품 판매금액으로 볼 수 있는 국내 미술시장의 브랜드 경쟁력도 아직 위상 제고가 필요하다. 아트프라이스가 집계한 연간 경매판매액 기준 1천대 작가 중 중국(395명), 미국(165명) 대비 한국은 21명의 작가가 이름을 올렸다. 중국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제발전과 함께 중국 경매시장이 급성장했고, 더불어 중국 출신 작가들의 위상도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은 제도를 통해 기부와 예술 향유문화가 일찍이 발전하면서 미술시장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1960년대부터 프랑스, 영국 등이 도입한 '미술품 물납제'는 상속세 등을 미술작품으로 대신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물납제 도입의 역사적 배경에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문화·예술자본이 풍부한 민간의 기부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이렇게 확보된 문화유산은 세계적 미술관 설립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국내에도 고 이건희 회장의 막대한 컬렉션이 주목 받으며 미술계를 중심으로 물납제 도입 논의가 이어졌으나 결국 불발됐다.
반면 중국과 홍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성장과 정부의 적극적인 미술산업 육성정책 덕분에 세계 미술산업의 새로운 허브로 부상했다. '아시아 문화허브'를 목표로 2009년부터 서구룡문화지구 개발에 돌입했던 홍콩은 지난 2013년 세계적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을 유치하며 세계 미술시장 거점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홍콩 내 지역 아트페어를 아트바젤이 인수하며 출범한 '아트바젤 홍콩'은 2018년 기준 매출 1조원대로, 32개국 248개 갤러리가 참여해 세계 미술산업 관련 전문가들과 아티스트, 미술정책 담당자 등이 교류하는 국제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작년 홍콩 민주화시위와 코로나로 '아트바젤 홍콩'이 취소되면서 아트바젤이 포스트 홍콩으로 부산을 검토하는 등 국내 미술시장의 잠재력에 대한 관심과 기회가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지금 세계를 선도하는 K팝처럼 한국의 미술시장이 'K-아트 마켓(Art Market)'의 명성을 얻으려면 현재의 관심과 기회를 적극 살릴 수 있도록 미술 선진국처럼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제도적 지원과 산업 육성방안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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