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이 70조원을 넘어섰다. 역대급 호실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반도체 호황, 신형 스마트폰 판매 호조,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영업이익도 15조원을 돌파하며 두 번째 기록을 세웠다. 이전 영업이익 최대실적은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였던 지난 2018년 3분기에 달성한 17조5천억원이다.
8일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02% 늘어난 73조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27.94% 증가한 15조8천억원으로, 올해 연간 실적으로는 5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직전 분기(2021년 2분기)보다 매출은 14.65%, 영업이익은 25.70%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자의 분기 매출이 70조원을 넘기는 것은 지난 1969년 회사가 설립된 이후 처음으로, 종전 최대 분기 매출은 지난해 3분기에 수립한 66조9천600억원이다.
앞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두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한 73조9천297억원, 영업이익은 28.15% 늘어난 15조8천311억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실적은 시장 전망치와 부합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잠정 실적은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IFRS)에 의거해 추정한 결과"라며 "아직 결산이 종료되지 않은 가운데 투자자들의 편의를 돕는 차원에서 제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잠정실적 발표 자료에는 사업부별 실적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와 스마트폰이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반도체는 D램 가격이 3분기에 정점을 찍은 데다 시스템반도체 실적 개선 등의 영향으로 9조원 후반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일부 증권사에선 10조원대 영업이익까지도 전망했다.
실제로 메모리반도체는 3분기까지 가격 상승세가 이어져 실적에 보탬이 됐다. 이 기간 동안 D램 PC향 범용제품(DDR4 8Gb 1Gx8 2133㎒) 고정거래가격(4.10달러)은 2년 만에 4달러대에 진입했고,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 고정가(4.81달러)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메모리 부문에서도 수요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출하량이 증가해 실적에 도움이 됐다. 또 파운드리 계약 가격도 상승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영향으로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 3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이 223억2천만 달러(약 26조5천억원)을 기록해 2분기 연속 인텔을 제치고 글로벌 반도체 업계 매출 1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3분기 동안 반도체에서만 9조7천억~10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분기(6조9천억원)보다 3조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2018년 3분기 이후 3년만의 두 자릿수 영업이익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력인 D램 등 메모리반도체 고정거래가격이 3분기에 정점을 찍었다"며 "상반기까지 부진했던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도 최근 수율 개선과 신규 고객 확보 등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4분기 반도체 실적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3분기보다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하반기 스마트폰, 크롬북, TV 등의 소비자 전자제품 출하량이 예상보다 낮았다"며 "고객사의 재고 수준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조달 모멘텀이 더욱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역시 3분기 호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반기에 '갤럭시노트' 시리즈 대신 앞세운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 등 폴더블폰이 출시 이후 100만 대 이상 판매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모바일(IM) 부문에서 2분기(22조6천700억원)보다 4조∼5조원 이상 높은 27조∼28조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폴더블폰 대중화'를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 집행으로 3조5천억~3조7천억원 선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갤럭시21' 출시로 4조4천억원을 벌었던 1분기 실적에는 못 미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부품 가격 상승, 마케팅 비용 증가 등에 따른 이익률 하락에도 스마트폰 출하량이 6천900만 대로 증가했을 것"이라며 "폴더블폰 판매 개시에 따라 평균판매가격(ASP) 역시 상승해 IM 부문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15%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물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는 점은 4분기 실적에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갤럭시Z플립3'와 '갤럭시Z폴드3'는 수요가 넘치고 있음에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스마트폰의 판매량 제한과 신제품 판매를 위한 마케팅 비용 상승 등은 IM부문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IM은 연말에도 마케팅 비용 지출 영향이 추가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갤럭시Z' 시리즈의 흥행이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출하 증가로 이어지면서 디스플레이(DP) 역시 좋은 실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선 디스플레이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전년 동기(4천700억원)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조5천억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2분기 연속 1조원대 영업이익으로 1조 중반대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1조7천500억원) 이후 3분기만이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분기 고객사인 애플의 보상금이라는 일회성 수익이 반영되며 1조2천8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3분기에는 이보다 실적이 더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 애플은 지난 2분기에 당초 삼성과 계약한 최소 공급 물량을 실제로 발주하지 않아 발생한 손실 보상을 위해 삼성에 보상금을 지급한 바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삼성디스플레이는 제품 단가 인하라는 부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계절적 출하량 증가와 환율 상승이라는 긍정적 효과로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15% 가량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호 실적은 삼성전자의 '갤럭시Z' 시리즈 신제품 흥행에 따른 폴더블 디스플레이 주문 급증과 애플 아이폰 신제품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 효과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며 "노트북과 태블릿PC 등에서도 하이엔드 제품을 중심으로 중소형 OLED 출하가 늘어나면서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가전(CE)에선 부품 및 물류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1조원 영업이익 행진이 중단됐을 것으로 보인다. 또 코로나19 펜트업(pent up·억눌린) 효과가 희석되면서 직전 분기보다 4천억원 이상 줄어든 6천억~7천억원가량의 영업익을 기록한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가로 집콕·펜트업(억눌린) 수요가 한풀 꺾이면서 TV 판매가 상반기보다 부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불안 사태도 생활가전의 원재료·물류비 상승과 영업이익이 감소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4분기에도 삼성전자가 양호한 실적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3분기보다 수익이 다소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수요가 3분기를 정점으로 다소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는 데다 D램 등 메모리 가격도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4분기(10~12월) 세계 D램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며 가격이 전분기 대비 평균 3~8%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PC D램은 평균거래가격이 5~10%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낸드플래시도 전 분기 대비 평균 0~5%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원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서버·PC 수요 모멘텀이 약화되면서 D램 가격은 4분기 하락 전환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는 수요 공백기로 가격 하락폭이 심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따라 스마트폰·가전·TV 등 일부 세트 제품의 생산과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4분기는 D램, 낸드 가격 하락과 연말 스마트폰과 가전 등 세트 부문의 마케팅 비용 증가로 3분기보다 영업이익이 다소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LG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 발표는 오는 12일로 연기됐다. 결산 소요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져 불가피하게 일정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전자기기 수요 급증의 영향으로 주력 부문인 생활가전과 TV 사업 호조 영향에 따른 실적 성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는 LG전자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를 매출 18조1천660억원으로 전망해 분기 최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은 1조1천209억원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37%, 영업이익은 16.88% 증가한 수치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가전은 북미 등 해외 프리미엄 시장 중심으로 순항하고 있다"며 "3분기 매출이 이례적으로 2분기보다 증가할 텐데, 상업용 에어컨 등 B2B 사업이 확대되면서 계절성을 극복해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본부는 노트북의 견조한 성장세에도 예상보다 미흡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이 웨이퍼 등 원가 상승 부담과 가격 경쟁 심화로 이익 창출이 어렵고,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는 코로나19로 영업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전장(VS) 사업의 경우 3분기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초 흑자 전환 시점은 3~4분기 중으로 예상됐는데, OEM들의 생산 차질 영향으로 4분기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BS 부문에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매출이 둔화할 것"이라며 "VS 부문도 반도체 칩의 공급 차질로 자동차 OEM 생산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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