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류한준 기자] 제대로 들어 맞았다. 류지현 LG 트윈스 감독의 현역 선수 시절 별명 중 하나는 '꾀돌이'였다.
야구 실력 뿐 아니라 센스도 갖췄고 상대팀이 느끼기에 얄미울 정도 경기 흐름과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도 있어 그런 별명을 얻었다. 류 감독은 지난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준플레이오프(이하 준PO, 3전 2승제) 1차전 패배(1-5 패) 후 "5번 타순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득점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LG는 1점을 얻는데 그쳤다. 해당 타순에서 흐름이 끊긴 탓도 컸다. 류 감독은 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2차전을 앞두고는 5번 타순을 조정했다.
1차전 해당 타순에 나온 김민성을 7번으로 내리고 대신 '안방 마님' 유강남을 5번 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넣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LG는 두산과 2차전에서 9-3으로 이겼고 시리즈 전적 1승 1패를 만들며 균형을 맞췄다. 정규리그 후반기부터 전날 준PO 1차전부터 답답하던 타선은 이날 타순 조정 효과를 봤다.
LG 타선은 선발 등판한 곽빈을 포함해 마운드 위로 오른 두산 투수 7명을 상대로 장단 14안타로 활발한 공격력을 자랑했다. 특히 김민성은 4타수 4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다.
김민성은 이날 준PO 한 경기 최다 연타석 안타 타이 기록(역대 9번째)를 작성하며 LG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그는 류 감독의 타순 조정에 가장 큰 수해자이자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낸 타자가 됐다.
김민성은 2차전 결승타 주인공도 됐다. 5번 타자로 승부수를 꺼낸 유강남도 2안타로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쳤고 이날 승부에 쐐기를 박는 타점도 정규이닝 마지막인 9회초 올렸다.
반면 두산은 경기 초반 찾아온 찬스를 놓친 부분이 아쉽게 됐다. 곽빈은 쾌조의 스타트를 보였다.
1회초 상대한 LG 1~3번 타자를 모두 삼자범퇴로 돌려세우며 삼자범퇴로 막았다. 두산은 1회말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타석에 나온 호세 페르난데스가 LG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에 2루타를 쳐 출루했다.
이어 박건우가 볼넷을 골라 1, 2루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후속타자 김재환이 1루수 앞 땅볼을 쳤고 병살타가 되면서 이닝이 종료됐다. LG는 위기를 넘겼고 선취점을 뽑으며 경기 초반 주도권을 가져왔다.
류 감독은 2차전이 끝난 뒤 현장 취재진과 가진 공식 인터뷰를 통해 김민성에 대해 언급했다. 류 감독은 "방향성이 좋았다"며 "전날까지는 타격 중심이 래프트에서 파울 선상 쪽으로 향해 있었다. 오늘은 스윙을 할 때 왼쪽 어깨를 잘 잡고 있어서 떨어지는 변화구를 잘 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볼 상황에서 히팅 사인이 잘 통했다"며 "볼 카운트가 위축되기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때, 오히려 상대 투수가 피해갈 수 있다. 그런 부분을 기대했다. 문보경이 3볼 이후 좋은 타격한 장면이 전체적으로 우리 타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줬다"고 덧붙였다.
수훈 선수로 선정된 김민성도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오늘 4안타를 치려고 정규시즌에서 못 친 것 같다"며 "어제(4일)는 나 답지 못하고 너무 소심하게 플레이했다. 오랜만에 긴장도 많이 됐다. 조금은 방어적으로 했는데 잘 안됐다. 1차전을 마친 뒤 '좀 더 공격적으로 해보자고 마음먹었는데 이 점이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실=류한준 기자(hantae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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