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후 첫 해외 출장지로 미국·캐나다를 택했다. 특히 미국 출장은 5년 만으로, 이번에 약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부지를 결정지을 것으로 관측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오는 14일 오전 일찍 전세기로 미국과 캐나다 출장을 떠난다. 이 부회장의 마지막 해외 출장지는 지난해 10월 베트남 내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생산공장이다.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길에 나서게 된 것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이 오는 18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일과 겹쳐 휴정하게 되면서 2주가량 시간적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가석방 된 후에도 매주 목요일마다 관련 재판에 참석해 왔던 상태로, 다음 재판은 2주 후인 오는 25일로 예정됐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출소 직후 내부 경영 현안을 집중적으로 챙겨오며 당초 9월쯤 미국 출장길에 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과 프로포폴 관련 재판이 겹쳐 거의 매주 법원에 출석해야 했던 탓에 출장 일정은 계속 연기돼 왔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재수감으로 인해 단절됐던 해외 네트워크를 복원하는 것과 미국 내 삼성전자 신규 파운드리 공장 부지 결정이 시급한 과제라고 보고 이 같이 나선 듯 하다"며 "이번 출장에서 주요 미래 사업의 흐름을 직접 보고 확인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 기간 중 신규 파운드리 공장 부지를 확정지을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신규 파운드리 공장 대상지로 미국 내 5개 후보 지역 중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유력 후보지로 꼽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 오스틴시와 애리조나주의 굿이어·퀸크리크, 뉴욕시 제네시 카운티 등도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천문학적 금액이 투입되는 만큼 미국 정부 지원은 필수적"이라며 "기업 수장인 이 부회장이 직접 현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관련 작업을 마무리해야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이 부회장은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제1공장에도 방문해 현지 라인을 점검하고 고객사를 만나 소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주변에는 엔비디아·퀄컴 등 삼성전자 고객사들이 위치해 있으며,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최고경영자(CEO)와 미팅을 가질 것이란 일각의 관측도 있다.
더불어 미국 내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최고경영진(CEO)를 만나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지는 한편, 미국 정치권과 행정부 인사들을 만나 반도체 정보 추가 제출에 대한 우려도 전달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앞서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의 정보 제출 요구에 고객 정보, 재고량 등 기업 내부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뺐다. 또 제출 자료 모두 기밀로 표시해 일반에 공개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 정도 되는 인사여야 이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이번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반도체 기업들 입장을 대변하는 일종의 '스피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캐나다에서 삼성전자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방문하는 한편, 현지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들을 만나러 갈 확률도 높다고 봤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이번 미국, 캐나다 출장을 계기로 자신이 그리던 '뉴 삼성'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현장 경영 재개로 이 부회장의 경영 보폭도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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