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심지혜 기자] "유료방송 요금 현실화, 이제 늦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가격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
김혁 SK브로드밴드 미디어CO장은 17일 IPTV협회 주최로 열린 '제3회 지속 가능한 미디어 생태계 콘퍼런스 GeMeCon(지미콘)2021'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유료방송 요금 현실화는 콘텐츠 업계의 대가 인상 요구를 위한 재원 마련의 핵심으로 제기됐던 방안이다.
김 CO장은 "이제와서 유료방송 요금을 현실화 하면 OTT와 요금 격차가 더 커진다"며 "OTT가 보편화돼 미디어 중심축이 된 가운데 같은 콘텐츠를 다른 가격으로 경쟁할 수 없다"고 말했다.
IPTV를 포함한 유료방송 업계는 매년 콘텐츠 대가 산정과 관련해 갈등을 빚고 있다. 저가 가격 구조 상황에서 가입자 포화로 재원은 한정적인 반면 콘텐츠 업계는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 이렇다보니 계약 체결 시기가 늦어지고 '선공급 후계약'이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유료방송 요금 현실화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이다. OTT의 등장으로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이라 IPTV업계 스스로 요금 인상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음을 인정한 것이다.
김 CO장은 "OTT가 방송인지 아닌지를 논의하는 것보다 유료방송, 커머스 등 각각의 시장을 명확히 확정하고 동일시장이면 동일 규제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만약 동일 시장에서 규제가 다르다면 가벼운 쪽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이제 콘텐츠 어그리게이터에서 OTT 어그리게이터로 바뀌고 있다"며 "주요 콘텐츠 사업자들이 직접 B2C를 하면서 공급을 차단하기까지 한다"며 "이로 인해 편성 자유도가 떨어지고 요금 결정권도 없어졌다"고 진단했다.
재원 확보를 위해서는 판매 제도나 광고 등에서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CO장은 "계속해서 수입 경쟁만 할 게 아니라 수출 경쟁으로 더 큰 시장을 향해 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훈배 KT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장 또한 OTT와의 규제 차별 해소를 호소했다. 김 본부장은 "OTT에선 TV에서 볼 수 없는 장면들이 많은다. 분명한 규제 장벽”이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규제 영역을 같은 레벨에서 봐 줬으면 하다”고 말했다.
콘텐츠 업계와의 대가 갈등도 언급했다. 김 본부장은 "특정 업체가 콘텐츠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하는데, 이 회사는 OTT를 갖고 있다"며 "가격 인상의 가치가 업계에 돌아가는 게 아니라 자사 OTT를 키우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 본부장의 이같은 발언은 IPTV업계와 CJ ENM간 프로그램 사용료 갈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CJ ENM은 콘텐츠 제값받기를 명목으로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IPTV업계는 재원이 한정돼 있고, 가격 인상이 결국 자사 OTT인 티빙 육성책으로 이어질 수 있어 반발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콘텐츠와 (유료방송이)같이 발전해야 한다"며 "한 쪽에 쏠리지 않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창국 LG유플러스 홈미디어사업그룹장은 OTT의 등장이 IPTV 생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최 그룹장은 "IPTV는 월정액 요금을 받아서 가입자를 늘리고 이를 기반으로 광고, 홈쇼핑 사업 등 부가 수익을 만들어 사업을 운영하는데 코드 커팅이 실제로 발생하기 시작하면 사업 구조가 무너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IPTV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넓히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서는 많은 자원을 투입해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콘텐츠 공급 환경이나 단가 이슈 등이 추가되면 사업 환경이 어려워지게 된다. 문제는 올라가는 비용을 다른 데서 채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뾰족한 답을 못찾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IPTV나 콘텐츠 모두 성장하기 위해선 자기만의 이익보다 산업 전체를 키우려는 대통합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플랫폼과 콘텐츠간 대가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규제기관의 명확한 가이드 수립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박민수 성균관대 교수는 "콘텐츠가 계속 전송돼야 하는게 맞지만, 민영 방송에선 이런 원칙이 맞지 않다"며 "플랫폼은 콘텐츠 차별화로 경쟁하고 그 질에 따라 요금을 받는 구조가 정상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분쟁이 발생할 경우, 규제기관이 사후조정을 하거나 사전 규제 가이드가 확실해야 한다"며 "나아가 개입하지 않는 것도 거래를 더 원활하게 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혜 기자(sj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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