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미국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신규 파운드리 투자를 확정 지었다.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를 추격하는 동시에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 달성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파운드리 신규 공장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택했다. 내년 초 준공에 들어가며, 2024년 말부터 반도체 생산이 본격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규모는 170억 달러(약 20조2천억원) 수준으로, 삼성전자의 해외 단일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공장과 도로 등을 포함한 전체 부지 규모는 약 485만㎡로 오스틴 공장보다 4배 가까이 넓다.
앞서 삼성전자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미국 파운드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밝힌 이후 새 공장 부지를 물색해왔다. 기존 공장이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 애리조나주 굿이어와 퀸크리크, 뉴욕시 제네시카운티 등이 후보로 거론됐다.
당초 업계에선 기존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오스틴시에 2공장이 세워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 기습 한파에 따른 오스틴의 일방적인 정전 결정으로 수천억원의 피해가 발생하자 다른 지역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일러시는 위치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테일러시는 1공장이 있는 오스틴에서 30마일(약 48km)가량 떨어져 있어 협력업체 등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교적 거리가 먼 뉴욕과 애리조나 지역은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이 때문이었다.
특히 테일러시는 파격적인 지원 혜택을 내세우고 있다. 테일러시는 삼성전자가 사용할 토지에 처음 10년간 재산세 92.5%를 보조금 방식으로 환급해주기로 했다. 이후 10년간 90%, 그 후 10년간은 85%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제공할 계획이다.
텍사스는 첨단 산업의 부흥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실제 오라클, HP 등 글로벌 IT기업과 전기차 업체 테슬라 등이 잇따라 텍사스로 본사를 이전하고 있다.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은 텍사스에 생산 시설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 결정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실린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58%의 압도적인 점유율로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4%로 2위에 올라 있지만,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TSMC 역시 투자에 적극적이다. TSMC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120억 달러(약 14조3천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도 200억 달러(약 23조8천억원)를 들여 애리조나에 공장 두 곳을 세울 예정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과 팹리스 등 고객사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퀄컴 등 기존 팹리스 업체는 물론 애플, 구글 등 IT기업과 GM, 포드 등 완성차 기업도 반도체 개발에 나서면서 파운드리 업체와의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TSMC의 신공장 완공 시점이 비슷한 만큼 양사의 경쟁이 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며 "인텔까지 합류하면서 파운드리 시장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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