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기업의 주인은 주주입니다. 노조의 과도한 요구에 발목 잡혀서는 안됩니다."
'연봉 1천만원 일괄 인상' 등을 무리하게 요구하며 버티고 있는 삼성전자 노동조합을 향해 일부 주주들이 일갈했다. 사측이 아닌 주주 입장에서도 노조의 주장이 터무니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은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움직임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들은 현재 공격적인 투자로 사업을 확대해야 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앞세워 회사의 미래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주주로서 삼성을 굉장히 사랑하고 있고 이 기업과 함께 크기를 원한다"며 "자산의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에 있어 관심이 많은데 지금 노조의 모습을 보면 생떼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삼성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야 할 때"라며 "애플은 시가총액 2천800조원인데 삼성전자가 500조원이 안 되는 상황인 만큼, 노조에 발목이 잡히지 않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주도 삼성전자 노조의 움직임을 두고 날을 세웠다. 그는 "삼성전자에 노조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국민에게 귀족노조라는 인상을 주지 않길 바란다"며 "내일 모레쯤 사장이 노조 임원을 만나는데 노조, 경영진 외 다른 한쪽에 주주가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 주주의 발언 이후 일부 주주들은 박수를 쳤다.
이에 대해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4개 노조 공동교섭단과 논의 중"이라며 "발전된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조는 그동안 연봉 1천만원 일괄 인상과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성과급 등 급여 지급 체계 공개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급여 체계와 관련해 성과급 지급 기준을 현재 경제적 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으로 바꾸고 포괄임금제와 임금피크제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노조 요구로 성과급 지급 기준을 EVA에서 영업이익으로 전환한 바 있다.
또 휴식권과 관련해서는 유급휴일 5일 추가와 회사창립일·노조창립일 각 1일 유급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15차례 교섭을 벌이며 임금협상을 해 왔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미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린 상태여서 향후 조합원 찬반 투표만 거치면 합법적으로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삼성전자에선 1969년 창사 이후 아직 파업이 발생한 적은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은 오는 18일 오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노조 대표자들과 만나 대화할 예정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의 일정 조율이 어려운 데다 평소 경 사장이 임직원들과 자주 소통해왔던 만큼 적임자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뢰의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이번 간담회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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