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서울 노원구에서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최근 배달앱 때문에 고민이다. 배민1 수수료 체계가 개편된 이후 배민1 주문이 들어올 때 납부해야 하는 중개수수료 비용과 배달비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면서다. A씨는 "배민1 수수료 개편 이후 말도 안 될 정도로 비용이 증가했다"라며 "이번달까지 정산을 받아보고 영 아니다 싶으면 배민1을 해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한식 배달 전문점을 운영하는 B씨도 최근 배민1의 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전체적인 비용 부담이 커졌다. B씨는 이에 배민1을 해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배민1으로 들어오는 주문 비중이 커서 섣불리 해지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B씨는 "배민1에서 소액 주문이 들어올 경우에는 사실상 남는 게 없다"라고 호소했다.
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배달의민족 단건배달(한번에 1건의 배달을 수행하는 것) 서비스인 '배민1'과 쿠팡 단건배달 서비스 '쿠팡이츠'를 해지하겠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츠' 운영사인 쿠팡이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전체적인 배달비와 수수료 부담이 커진 데 따른 여파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2일 개편된 '배민1' 수수료를 수도권 지역에 첫 적용했다. 기존에는 프로모션 명목으로 중개이용료 1천원과 배달비 5천원만 부과했는데, 지난 1월 말 공지를 통해 ▲중개수수료 6.8%·배달비 6000원(기본형) ▲중개수수료 15%·주문 금액별 배달비 900~2900원(배달비 절약형) ▲중개수수료·배달비 통합 27%(통합형) 등으로 수수료 체계를 바꾼다고 발표했다.
배민1의 이 같은 수수료 체계 개편은 쿠팡이츠가 앞서 발표했던 개편안과 유사하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말 기존 주문 중개수수료를 9.8%로 조정하고, 배달비도 최대 5천400원으로 정했다. 이외 ▲수수료 절약형 ▲배달비 절약형 ▲배달비 포함형 중에서 점주들이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쿠팡이츠 역시 순차적으로 개편된 수수료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배민 측은 프로모션 미시행 시 기존 중개수수료가 12%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수료를 상당 부분 깎아줬다고 주장한다. 쿠팡이츠도 마찬가지 주장으로, 기존 중개수수료 15%·배달비 6천원과 비교하면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줬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프로모션 가격과 비교하면 가격이 오른 터라 자영업자들은 전반적으로는 배달비가 인상됐다고 체감한다.
자영업자들은 안 그래도 꾸준히 지속된 배달비 상승 속 배민1와 쿠팡이츠의 수수료까지 오르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고객들이 부담하는 배달료를 인상하는 추세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을 보면, 다수의 식당들은 최근 배민1의 수수료 개편에 따라 배민1 고객 대상 배달료를 인상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쿠팡이츠의 수수료 개편 때도 비슷한 분위기가 나왔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맹점주인 C씨는 "1만6천원짜리 음식을 판매할 시 수수료와 배달비 등을 제외하면 1만원 조금 넘게 정산받는데 여기서 원재료 값을 빼면 순이익은 1~2천원에 불과하고 월세, 인건비, 전기세 등이 또 빠지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라며 "프랜차이즈라 음식값을 임의로 올릴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배달료를 올렸다"라고 말했다.
고객들의 주문을 배민1이 아닌 배민 일반 주문으로 유도하는 가게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각종 리뷰이벤트를 배민1에서는 진행하지 않거나, 배민1이 아닌 일반 배민을 이용해 달라는 메시지를 가게 정보란에 띄우는 등의 방식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일부 자영업자들은 배민1이나 쿠팡이츠에서 나오는 주문을 포기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두 서비스를 해지하기로 했다. 그만큼 상당수 자영업자들에게 배달앱의 수수료 개편이 부담된다는 점을 나타낸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증가하면서 라이더 확보를 위한 배달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졌고, 라이더를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배달비 공세를 벌이면서 전반적인 배달비가 올라갔다. 이 과정에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간 단건배달 점유율 경쟁까지 벌어지면서 라이더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그나마 그 동안에는 배민과 쿠팡이츠가 프로모션으로 배달비 상당 부분을 떠안으면서 자영업자들이 간신히 이득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프로모션이 종료되자 자영업자에게 쏠리는 부담이 더욱 심해지며 결국 단건배달 서비스 해지라는 극약처방까지 이뤄지는 모습이다.
다만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배민1과 쿠팡이츠 해지를 망설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단건배달이 빠르게 정착되면서 양 서비스 이용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서비스로 들어오는 주문이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이라는 점이 자영업자들로써는 걸리는 부분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경우 본사에서 배민1 혹은 쿠팡이츠와 진행하는 이벤트도 고려해야 한다.
배달비 인상 요인이 또 있다는 점은 자영업자들의 시름을 더욱 깊게 한다. 오는 4월 12일부터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의 거리비례 배달료 산정 기준이 기존 직선거리에서 내비게이션 실거리 기준으로 바뀔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말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플랫폼지부와의 협상에 따른 것이다. 직선거리 대비 내비게이션 실거리가 더욱 긴 경우가 많아 거리비례로 할증되는 배달비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다수의 자영업자들이 배달앱에 따른 비용 부담을 호소하지만, 배달앱 업체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장기간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배달 플랫폼들의 수익성이 많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존 대비 수수료율을 대폭 낮추는 것을 골자로 요금제를 변경, 단건배달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 확보와 동시에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것이 플랫폼 업체들의 주장이다.
한 배달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기존 묶음배달 대비 단건배달이 배달 지연이나 음식 품질 저하 등의 문제가 훨씬 적어 고객들은 물론 가게 사장님들에게도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는 서비스"라며 "그간 이러한 서비스를 사실상 플랫폼이 비용을 떠안는 구조로 진행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가격 분담을 통해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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