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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넷플 韓 흔든다] ③ 뒷짐 푼 넷플릭스 밀당에 韓 ‘휘청’ [OTT온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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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파행 상황에 최후 보루도 뒷전

넷플릭스와 구글, 애플이 우리나라 국회, 정부와 소통에 나서고 있지만 이같은 행보가 기존 정책의 강경한 집행을 위함으로 풀이되면서 안팎으로 생태계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공룡의 밀고 당기기에 휘둘리지 않도록 그간의 대응 전개 현황과 현 상황을 되짚어보도록 한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넷플릭스의 국회 면담이 불발된 가운데, 망 이용료 관련 개정안이 국회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공산이 커졌다. 그간 소극적 입장을 견지하던 넷플릭스도 한층 더 적극적인 분위기로 전환됐다. 우리나라 사법부의 판단뿐만 아니라 국회 입법 과정 역시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어 이에 따른 반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국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와 21일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2소위) 개최 여부에 따라 망 이용료 부과와 관련한 소위 ‘넷플릭스법’이 주요 쟁점화된다. 다만, 국회 파행으로 인해 무산될 가능성도 크다.

국회 관계자는 “앞서 망 안정성 부과 의무에서부터 여야가 동일한 목소리를 내온만큼 상임위에서도 망 이용료 관련 개정안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개정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라며, “긍정적으로 논의가 지속된만큼 이번 소위에서도 본격적인 논의가 전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망 이용료 부과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은 앞서 전혜숙, 김상희, 이원욱 의원(이하 더불어민주당), 김영식 의원(국민의힘), 양정숙 의원(무소속) 등 여야 의원 모두가 각각 대표발의한 바 있다. 지난 15일 박성중 의원(국민의힘) 역시 정당한 망 이용대가 지불 거부를 방지하고 시장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일정규모 이상 사업자가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경우 합리적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개정안은 대표 발의했다.

박성중 의원은 “법원이 망 연결에 따른 대가 지불 의무를 인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법적 미비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진단하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망 이용·제공 관계에 있는 일정규모 이상 사업자간 합리적인 계약 체결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이 절실하다”라고 지적했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지난해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넷플릭스 미디어 오픈 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지난해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넷플릭스 미디어 오픈 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 강행노선 밟은 넷플릭스…'코리아 패싱' 여전

넷플릭스는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 망 이용료를 낼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지난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도 망 이용료를 낼 수 없다고 주장한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 4일 딘 가필드 넷플릭스 공공정책 부사장이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망 이용료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쏟아냈다. 같은달 23일에는 오픈넷 세미나에 나서 동일한 주장을 반복했다.

아울러 같은달 25일은 여야가 함께 마련한 국회 세미나에 토마 볼머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 전송 부문 디렉터가 나서 "국내 CP들이 국내 ISP에게 대가를 지급하는 이유는 국내 ISP로부터 서비스(인터넷 접속서비스)를 제공받기 때문"이라며 "넷플릭스는 국내 ISP로부터 제공받는 서비스가 없으며, 넷플릭스가 국내 ISP와 연결되는 방식은 국내 CP들과 다르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망 이용료에 인색한 넷플릭스는 국내 사업적 면에서는 화색을 띄고 있다. 국내 OTT 시장 이용자수에서는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지난 2월 구글 안드로이드 기준 월간이용자수(MAU)는 852만명으로 2위 웨이브 341만명 대비 2배 이상 수준으로 집계됐다.

가격은 인상됐다. 지난해 11월부터 단계적 인상에 돌입해 스탠다드 요금제는 월1만2천원에서 1만3천500원, 프리미엄은 월1만4천500원에서 1만7천원으로 대략 20% 가까이 올렸다. 게다가 넷플릭스의 고객 친화적 제도였던 계정공유도 제한되는 모양새다.

이같은 정책으로 인해 넷플릭스는 지난해 국내서 견실한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6천31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57.9%나 더 벌었다. 국내 OTT 사업자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대비된다.

아울러, 넷플릭스는 국내서 탈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국세청은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약 800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김영식 의원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한국지사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수수료로 매출 원가를 높이고 영업이익률을 낮추는 등 네덜란드 법인과 한국법인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악용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넷플릭스는 국세청 판단에 불복하고 조세심판원의 심판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넷플릭스는 법원의 판단에도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지난해 넷플릭스는 법원으로부터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의 소’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정 절차를 따르지 않기도 했다.

토마스 볼머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 전송 부문 디렉터 [사진=송혜리 기자]
토마스 볼머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 전송 부문 디렉터 [사진=송혜리 기자]

◆논의조차 시작 못한 국회…강 건너 불구경

넷플릭스는 정부와 국회뿐만 아니라 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불복하며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켰다.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는 K-콘텐츠의 경쟁력과 요금인상 등을 통해 OTT 중 거의 유일하게 견실한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탈세 논란과 망이용료 부과 거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회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그간의 행적을 살펴보면 밀당의 고수라고 해도 될 정도 수준”이라며, “이같은 거대 글로벌 공룡들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내 미디어 콘텐츠 생태계 선순환을 위해서라도 종속을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회가 넷플릭스 밀당에 속수무책인 모양새다.

검찰 수사권 폐지와 공영방송법 개정안 등에 대한 여야 갈등이 심화되자 국회가 파행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

지난 19일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 간사)은 성명서를 내고 20일 개최할 예정이었던 2소위 일정을 느닷없이 취소하자고 했다며 정상적인 진행을 촉구했다.

조 의원은 “국힘의 무책임한 태도에 법안은 쌓이고, 정부와 ICT, 방송 분야 관계자들은 지치고 있다”라며, “실제로 1소위는 현재 74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지만, 2소위는 344건이 계류 중이다. 5배에 가까운 수의 법안들이 국회 심사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OTT 진흥, 스미싱 범죄 예방, 단통법, 규제 샌드박스, 망 이용대가까지 당장 시급한 ICT, 미디어 법안들이 논의 테이블에 올라가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고 한탄했다.

김영식 의원(국민의힘 간사) 역시 더불어민주당의 지적과 관련해 “ 더불어민주당 측의 검찰 수사권 폐지, 공영방송법 개정안 강행 처리가 예상되고 있을 뿐 아니라 장관 인사청문 요청안이 접수되어있는 상황이라 법안 심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라며, “이에, 심도있는 법안 심의를 위해 긴급한 현안이 해결된 이후 조속한 시일 내에 다시 소위를 재개하자는 입장을 밝힌다”고 맞섰다.

한편, 이같은 갈등으로 인해 국회 과방위가 파행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사실상 전반기와 후반기로 이행되는 국회 일정상 법안 심사는 오랜 기간 동안 계류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넷플릭스의 국내 잠식화는 가속화될 예정이어서 국내 미디어 콘텐츠 생태계뿐만 아니라 인터넷 환경 역시 악화될 공산이 크다.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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