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자회사인 반도체 설계 회사(팹리스) ARM이 상장하더라도 과반수 이상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손 회장의 '대주주 지위 유지' 선언을 두고 업계에선 매각 밑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많이 확보하고 있을수록 다른 주주를 설득할 필요 없이 매각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인텔이 ARM 인수에 공개적인 관심을 보인 만큼 손 회장의 결단에 관심이 쏠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ARM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ARM은 소프트뱅크와 계열 펀드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반도체 설계 자산(IP)을 팹리스나 종합반도체기업(IDM) 등에 팔아 로열티를 받는 수익 구조를 갖고 있다. 반도체 기업은 ARM이 그린 중앙처리장치(CPU),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기본 설계도를 받아 각자의 칩을 설계한다. 삼성전자,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이 ARM의 IP를 활용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2월 약 50조원에 달하는 ARM 인수를 포기했다. 각 국의 규제당국이 두 회사가 결합할 시 기술독점을 우려해 M&A를 승인하지 않아서다. 소프트뱅크는 이후 ARM 상장을 추진했다.
특히 소프트뱅크가 1분기에 20조원에 달하는 당기 순손실을 내면서 성공적인 ARM 상장이 더욱 중요해졌다.
손정의 회장은 최근 열린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ARM 상장 시기나 규모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과반수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손 회장은 "ARM의 상장 시기, 가치 등에선 현재 시점에 언급하기 어렵다"면서도 "상장 이후에도 과반수 지분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손 회장이 대주주 지위를 놓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지만 매각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소프트뱅크가 상장을 해도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지분이 확보된다면 다른 주주의 눈치를 덜 보면서 M&A를 추진할 수 있어서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 인텔이 유력한 인수 후보군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은 ARM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두 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ARM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애플 등 내로라 하는 기업들도 거론된다. 이들 기업이 자사 기기에 최적화 된 AP 설계를 위해 ARM 인수를 노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손 회장이 상장과 재매각을 모두 고려하면서 시장 상황에 대응하려는 것 같다"며 "다만 ARM의 매각가가 수십조원에 달한다고 예상되는 만큼 매각 지분 등에 대한 고민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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