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류한준 기자] "코치님과 형들 응원에 힘이 났어요." 중학교 시절 이후 오랜만에 포수 마스크를 쓴 뒤 미트를 끼고 마운드 위에서 투수가 던지는 공을 받았다.
두산 베어스 김민혁(내야수)이 그랬다. 김민혁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주중 홈 3연전 첫째 날 교체로 그라운드에 나왔다.
그는 6회말 2사 3루 상황에서 안재석을 대신해 대타로 타석에 섰다. 김민혁에게 올 시즌 개막 후 첫 1군 경기 출장이 됐다.
김민혁은 SSG 두 번째 투수 고효준이 던진 3구째 배트를 돌렸다. 잡아당긴 타구는 좌익수 앞 안타가 됐고 3루 주자 호세 페르난데스가 홈을 밟아 김민혁은 타점도 올렸다.
그런데 김민혁은 해당 이닝 종료 후 안재석이 뛴 3루가 아닌 포수로 수비에 나섰다. 두산은 이날 포수 엔트리를 조기 소진했다.
선발 마스크를 쓴 박세혁은 5회 박유연과 교체돼 이날 경기를 먼저 마쳤다. 그런데 박유연이 6회 맞이한 타석에서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다. 공에 맞은 부위인 왼손등에 통증이 심했다.
박유연은 해당 이닝에서 대주자로 교체되지 않았지만 결국 이닝 종료 후 공수 교대 과정에서 빠졌다. 두산 선수들 중 누군가는 포수로 나와야했다. 포수 출신이기도 한 김재환(외야수)은 이날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김재환이 박유연 자리를 대신한다면 두산은 지명타자가 없어지고 투수가 타석에 나와야했다. 하지만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광주 대성초와 동성중에서 포수를 본 경험이 있는 김민혁이 임시로 '안방마님' 자리를 맡았다.
그는 7회부터 경기 종료인 연장 12회까지 6이닝을 포수로 소화했다. 타석에서도 2안타로 멀티 히트를 쳤다.
김민혁은 경기 종료 후 구단을 통해 "6회 종료 후 코치께서 '포수를 볼 수 있겠냐'고 물었을 때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답했다"며 "기회가 있을 때 경기에 최대한 나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투수와는 사인을 아무거나 낼테니 그냥 던지고 싶은데로 하라고 했다"며 "정신 없는 하루였고 긴장했지만 코치들과 형들 응원에 이닝을 거치며 점점 자신이 붙었다"고 말했다. 김민혁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1군 경기가 됐다.
홈팬들로부터 박수와 함성도 받았다. 연장 11회초 SSG 김민석이 파울 타구를 보냈다. 백 네트쪽으로 향해 포수가 어려운 타구였다. 그러나 김민혁을 공을 잘 잡아냈고 해당 이닝은 종료됐다. 두산과 SSG는 이날 9-9로 비겨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날 결승타나 끝내기 승부 주인공은 없었고 승패를 기록한 투수도 나오지 않았으나 김민혁이 가장 돋보인 선수가 됐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