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유럽으로 출장을 떠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만나 반도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두고 논의했다.
1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총리 집무실에서 뤼터 총리와 만나 ▲최첨단 파운드리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확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 등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과 뤼터 총리가 만난 것은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당시 방한한 뤼터 총리를 맞아 삼성전자 전시관 '딜라이트'를 직접 안내하며 삼성전자의 ▲사업 현황 ▲주요 제품 ▲핵심 기술 등을 소개한 바 있다. 뤼터 총리는 '차기 EU 정상회의 의장'으로 거론되는 최고위급 인사로 알려져 있다.
이번 두 사람의 만남은 네덜란드가 반도체 산업의 핵심 국가인 만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네덜란드는 반도체 연구개발부터 설계, 장비, 전자기기 완제품까지 관련 산업 생태계가 고루 발전해 있는 곳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 기업인 ASML은 7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EUV(극자외선) 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확대를 위해선 ASML 장비의 안정적인 공급이 필수적"이라며 "이번에 이 부회장이 뤼터 총리에게 이를 두고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뤼터 총리는 지난 3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과의 통화를 통해 양국 간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 확대를 논의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 총리에게 전화해 "'미래산업의 쌀' 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산업에서 양국 간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뤼터 총리는 "한국과 네덜란드가 반도체 선도 국가인 만큼 양국 간 협력 시너지는 매우 클 것"이라고 화답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만남은 새 정부의 '반도체 초강대국 건설' 정책과 삼성의 '비전 2030' 전략과 맞물린 결과"라며 "한국 반도체 산업이 더 빠르게 성장하는 촉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뤼터 총리는 평소 ICT·전기차·e-헬스 등 혁신에 기반한 신산업에도 큰 관심을 보여 왔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의 만남을 기점으로 반도체 외 분야에서도 삼성과 협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계에선 두 사람의 만남이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 덕분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럼프·오바마·부시 전 대통령,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반 자이드 UAE 대통령, 모디 인도 총리 등 글로벌 리더들과 교류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또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네트워크가 기업인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인 정·관계 리더들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향후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더욱 기대감을 드러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네트워크는 외교계에서 '국가적 외교 자산'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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