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 인수를 기점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역량 강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가장 문턱이 높은 중국에서 최근 반독점 심사를 통과하면서 파운드리 사업에 '청신호'가 켜진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은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키파운드리 점유율도 비슷해 두 곳을 합쳐도 1%대 수준이어서 경쟁 제한 우려가 크지 않다.
이에 반독점 심사 시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한 중국도 이번에는 제동을 걸지 않고 SK하이닉스의 키파운드리 인수를 최종 승인했다. 반독점 심사는 한국, 중국 등 2개국만 진행한 상태지만, 업계에선 중국의 승인으로 사실상 인수 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단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합병한다고 해도 점유율이 미미한 데다 합작회사가 중국에 위치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중국 당국이 절차를 대폭 줄여 '약식 심사(패스트트랙)'로 진행한 듯 하다"며 "두 회사 합병이 중국 파운드리 시장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 중국 외 다른 주요 규제 당국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때와 달리 키파운드리 인수에 대해선 경쟁 제한 우려가 없다고 보고 심사를 진행하지 않은 분위기"라며 "중국에서도 이를 고려해 승인을 빠르게 진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18년 전 키파운드리를 매각했다가, 지난해 말 매그너스 반도체 유한회사로부터 지분 100%를 5천758억원에 다시 사들였다. 키파운드리가 주력하고 있는 8인치 파운드리에 대한 수요가 다시 높아진 데다 자사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업계에선 두 회사간 합병으로 월별 8~9만 장이었던 SK하이닉스의 8인치 파운드리 생산능력이 2배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도 8인치 파운드리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 구상을 본격화 하는 분위기다. 지난해에는 청주 공장의 주요 설비를 중국 우시 공장으로 이전하며 생산량을 조정한 탓에 매출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이달 말 이전 작업이 거의 완료된 만큼 하반기에는 공장 정상 가동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청주에서 중국 우시로 공장을 이전한 것은 반도체 설계(팹리스) 시장 규모가 큰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 공장은 설비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 10월쯤 완전 가동될 듯 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 인수를 모두 완료하면 국내 파운드리 업계 2위 자리를 두고 DB하이텍과 치열한 자리 다툼을 펼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와 키파운드리의 작년 매출을 합치면 1조원이 훌쩍 넘어 DB하이텍의 작년 매출(1조2천147억원)과 맞먹기 때문이다. 또 두 곳의 8인치 웨이퍼 기반 반도체 생산능력도 월 18만5천 장으로, DB하이텍을 앞지르게 된다.
일각에선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를 인수한 후 파운드리에 추가로 투자할 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 우시로 SK하이닉스시스템IC 공장이 이전한 만큼 청주에 남은 유휴 부지를 활용해 키파운드리의 생산능력을 더 키울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유휴 부지 중 2% 가량을 SK실트론에게 임대하고, M8 공장 내부 클린룸은 그대로 두고 있는 상태다. 또 SK하이닉스시스템IC 연구개발(R&D) 조직도 그대로 청주에 뒀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클린룸을 유지한 상태이기 때문에 반도체 장비 도입으로 신규 라인을 조성하는데 유리하다"며 "SK하이닉스가 인수한 키파운드리가 생산능력(캐파) 추가 확보에 공을 들이는 만큼 8인치 파운드리 증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키파운드리가 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선 증설이 필수지만, 부지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키파운드리 공장 위치가 SK하이닉스시스템IC M8 공장 인근에 위치해 여러 측면에서 활용하기에 좋다는 점에서 이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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