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LX세미콘이 주력인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의 호황 속에서도 차량용 반도체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대형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 꿈을 LX세미콘을 통해 펼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LX세미콘은 올해 매출 2조원 클럽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LX세미콘의 지난해 연매출은 1조8천988억원으로 2020년보다 63%나 증가했다. 매출의 90%에 육박하는 DDI 수요 급증 덕분이다. 올해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져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성장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DDI 수요가 강하게 이어지고 있고, 하반기에는 아이폰14 출시 효과도 기대된다"며 "8·12인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급난이 지속돼 DDI 가격은 상당히 견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LX세미콘은 인수·합병(M&A)으로 사업 다각화에 다섰다. DDI에만 의존하다보면 디스플레이 업황에 따라 실적이 요동칠 수 있고, 성장이 정체될 수 있어서다. 더구나 DDI의 주요 고객사가 친정격인 LG그룹의 LG디스플레이라는 점에서 DDI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OLED DDI 매출이 올해 61억2천300만 달러로 정점을 찍고 2028년 44억6천만 달러까지 하락한다고 예상했다.
LX세미콘은 DDI에 편중된 사업 영역을 차량용 반도체로 확대하기 위해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전력 반도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LX세미콘은 지난달 267억원을 투자해 텔레칩스 지분 10.93%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텔레칩스는 차량용 반도체를 전문적으로 설계하는 기업이다. 특히 차량 운전자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용 칩을 개발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LX세미콘의 이번 투자는 지난해 5월 LG그룹 계열에서 LX그룹으로 편입된 뒤 진행한 첫 동종 업계 투자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위한 칩 개발 등이 기대된다.
지난해 12월 LX세미콘은 LG이노텍의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 소자 설비와 특허 자산도 인수했다.
LG이노텍의 SiC 반도체는 지난 2019년부터 국책 과제로 개발된 자산이다. LG이노텍은 SiC 소재인 웨이퍼와 소자를 LX세미콘에 양도하고 설비 등 자산을 이관하고 있다. 탄화규소 기반의 SiC 전력반도체는 기존 규소(Si) 전력반도체보다 전압 10배와 수백도 고열을 견딜 수 있어 전기차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
아울러 LX세미콘은 시흥시 정왕동 내 약 3천평 규모의 부지에 방열기판 공장을 건설 중이다. 공장은 연말께 완공될 예정으로 총 투자 규모는 수백억원대로 예상된다.
방열기판은 반도체 가동 중에 발생하는 열을 빠르게 외부로 방출시키는 기판이다. 자동차 전장부품과 전자부품 등의 내구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특히 친환경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고전력 반도체 사용이 확대되면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LX세미콘은 지난해 일본 방열소재 업체인 'FJ 컴포지트 머티리얼즈' 지분 30%와 유·무형 자산을 총 70억원에 인수하며 방열기판 사업 진출을 예고한 바 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LX세미콘 양재캠퍼스에 별도의 집무실을 꾸릴 정도로 반도체 사업에 애착이 크다. 구 회장은 1985년 금성반도체 부장을 시작으로 LG반도체 대표 등을 역임했는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5대 그룹 빅딜 과정에서 당시 대표로 있을 때 LG반도체를 현대그룹에 넘긴 과거가 있다.
재계 관계자는 "LG 시절부터 미래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던 구 회장의 성향을 감안하면 구 회장이 추가 투자나 M&A을 주도할 가능성도 있다"며 "국내 팹리스 경쟁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LX세미콘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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