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대화 당사자라도 상대방의 동의 없이 통화 내용을 녹음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통화 녹음을 애플 '아이폰'과의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이 자칫 타격을 입을 수도 있어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8일 대화 당사자가 해당 대화를 녹음하려 할 때 대화 참여자 모두에게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내용의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통화 당사자 한쪽이 자의적으로 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다른 한쪽의 사생활의 자유 또는 통신 비밀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법안에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통화나 대화를 녹음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화 당사자 간 대화를 녹음해 협박 등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윤 의원은 이 법안을 제안하며 통화 녹음을 두고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의 일부인 음성권 침해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윤 의원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비난하는 내용의 통화 녹취가 공개돼 파문이 일자 탈당계를 제출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미국 10여 개주, 프랑스 등 해외에선 이미 상대의 동의 없는 대화 녹음을 규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애플은 '아이폰'에 통화 녹음 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에는 해당 기능이 탑재돼 있다.
이로 인해 업계는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페이'와 '통화 녹음' 기능으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압도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국내 시장에서 77%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1위 자리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지만, '통화 녹음' 기능이 되지 않으면 이용자들이 애플 등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갤럭시'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녹음이 안되면 '갤럭시'를 쓸 이유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국회가 앞장서서 애플을 밀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법안이 발의되긴 했지만, 실제 시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지난 2017년에도 김광림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통화녹음 시 상대방에게 알림이 가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경진 개인정보보호법학회 회장은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을 통해 "많은 분들이 국내 폰을 쓰는 이유 중에 하나가 녹음 기능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이건 전적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안대로 한다면 상대방 동의 외에는 사실상 예외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는 없다"며 "범죄 피해자 등 경우에 따라서 (통화 녹음을) 민형사상 증거로 활용해야 할 때도 있는데 그것들이 모두 다 막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음성권에 대해서 한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어떤 권리도 100% 완벽하게 보호받는 권리는 없기 때문에 이런 적절한 제한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서 논의가 좀 더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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