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퇴 투표 후 첫 의총…노동·민생 이슈 집중
'재창당' 의지에도 부채는 36억…"당비 납부율 해결 어려워"
10월 차기지도부 선거가 갈림길…"솔직한 리더 기다린다"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당원 총투표 과반 득표 미달로 의원 총사퇴라는 초유의 상황을 면하게 된 정의당이 6일 총사퇴 투표 후 첫 의원총회를 열고 공식활동을 재개했다. 민생·노동 이슈에 주력하는 모습으로 쇄신을 시도하고 있지만, 36억원의 부채는 여전히 원내 3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의당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노란봉투법 제정, 고가주택 대출규제 등 노동·민생 관련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은 태풍 힌남노 상륙 소식에도 고용승계, 운송료 현실화 등의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하이트진로 노동자의 현실을 지적하며 "저임금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부조리한 원하청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업이 노동조합 쟁의로 손해를 입더라도 회사가 노조나 노동자에게 손해배상 청구 등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입법에 대해서도 "제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은 더불어민주당도 9월 정기국회 추진 과제로 설정해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와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각각 정부의 고가주택 대출규제 완화와 장애인 관련 예산 편성 미흡을 비판하는 등 민생 이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 원내수석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만두는 걸(의원 총사퇴)로 책임지는 게 아니라 같이 변화의 주체가 되어서 진짜 재창당의 길을 가자는 결론을 당원들께서 내려주셨다"며 노동자·자영업자 관련 민생 이슈에 집중할 것과 함께 10월에 있을 당직 선거(차기 지도부 선거)와 정기국회를 통해 내부 혁신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용혜인 기본소득당 신임 대표를 만나 원내 소수정당 간 연대를 다짐하기도 했다.
정의당은 지난달 31일부터 닷새간 비례대표 의원단 총사퇴 여부를 묻는 당원 총투표를 실시했다. 지난 대선과 6·1 지방선거 등에서 참패한 것과 관련해 정호진 전 정의당 수석대변인을 중심으로 한 일부 당원들이 정의당 비례대표인 이은주·배진교·류호정·강은미·장혜영 의원에게 책임을 물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례대표 의원들은 지난달 25일 "당원 여러분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다"며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5일 발표된 총사퇴 투표 결과에서 전체 투표자 7천560명 중 2천990명의 찬성(40.75%)으로 득표율 과반을 넘기지 못해 당원 총투표는 부결됐다. 비례대표 의원단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원 총투표 과정과 결과를 의원단의 부족함에 대한 매우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인다"며 "더 나은 혁신과 재창당으로 나아가는 데 주어진 책임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사퇴 총투표를 추진한 정호진 전 대변인은 "총투표는 부결되었지만, 여러분이 만들어낸 이 거대한 물결은 멈추지 않는다"며 "정의당의 실질적 혁신을 위한 아래로부터의 청원 운동이자 직접 행동이었다는 당원총투표의 의미는 정의당 역사에 또렷이 남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의원단 사퇴 총투표로 인한 당내 혼란은 수습됐지만 정의당의 진짜 위기는 연이은 선거 패배로 쌓인 약 36억 규모의 부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의당은 지난 6월 "현재 부채는 36억이며, 추가로 매월 발생하는 경상 적자는 각종 돌려막기 차입으로 연명하고 있다(문정은 정의당 비대위원)"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정의당은 부채 해결을 위해 여의도 당사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당직자는 통화에서 "당원이 납부한 당비와 후원회 모금을 통해 모은 재원을 중심으로 부채 상환 계획을 마련하는 중이다"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꾸준한 상환 노력을 통해 재정 문제를 해결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의당은 결국 당원 모집을 통해 당비 납부를 늘리는 것을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고 있다. 정의당 당원으로 알려진 진중권 광운대 정보과학교육원 소속 특임교수도 "당원들 전체가 부담을 나눠지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당비를 안 냈던 당원들은 단 5천 원이라도 당비를 내고, 형편이 허락하는 분들은 당비를 자발적으로 두 배를 내는 게 어떨까"라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당비 납부를 통한 당장의 재원 충원도 쉽지 않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한 정의당 관계자는 "선거 패배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동안의 경제난으로 인해 당비 납부율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며 "당분간은 당비 납부율을 끌어올리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어 "결국은 내부 혁신을 통해 더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그것으로 당원 모집을 끌어올리는 방법 뿐"이라며 "힘들지만 걸어가야 할 길이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올 10월에 있을 정의당 차기지도부 선거가 정의당의 생존을 좌우하게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심상정 의원이 다시 당권을 잡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장혜영 원내수석은 차기 지도부 선출과 관련해 "정의당이 앞으로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솔직담백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국민 눈높이에서 이야기해줄 수 있는 솔직한 리더를 기다리고 있다고 저는 생각한다. 저희도 그런 리더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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