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정의당이 15일 노조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노란봉투법 발의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9월 정기국회와 함께 관련 논의는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을 위시한 경영계는 노란봉투법 추진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노란봉투법 발의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헌법에 노동 3권이 있고, 선진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노동조합을 하고 쟁의하는 것은 여전히 '목숨 내놓고', '인생 거는 일'이 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법률 체계에서만 존재할 뿐 사실상 사문화된 손배·가압류가 2022년 대한민국에서는 모든 쟁의 후에 따라 붙는 루틴이 되고 말았다"며 "이 비극을 끝내기 위해, 노란봉투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날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폭력·파괴 등의 직접 손해를 제외한 근로자나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해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또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개념에 프리랜서·특수고용노동자(특고) 등을 포함시키고, 기업이 노동조합이 아닌 조합원 개인에 대한 배상 청구도 할 수 없게 했다.
이 비대위원장은 "최근 노동현장의 손배소는 하청과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하청업체에 노조가 생기면 싹을 자르기 위해 원청 측이 손배소를 남용하고 있다"며 "변화된 노동시장의 현실에 맞게, 노동시장의 약자라 할 수 있는 하청과 특수고용, 플랫폼 등 비정형·간접노동자들의 노동 3권이 보장되도록, 근로자와 사용자의 정의를 확대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를 제외하고는 단체교섭,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게 손해배상 또는 가압류를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며 "특히 쟁의행위가 노동조합에 의하여 계획된 것이라면 개별 근로자에게는 손배와 가압류를 신청할 수 없도록 했다"고 부연했다.
이번 법안에는 정의당 소속 의원들과 함께 기동민·노웅래·이수진·박주민 의원 등 46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앞서 민주당도 '노란봉투법'을 9월 정기국회 22대 입법과제로 선정한 바 있다. 이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에서도 개혁 입법 과제로 노란봉투법을 선정했고 국민의힘을 제외한 모든 정당의 의원이 공동발의했다"며 "그만큼 (노란봉투법의) 개정이 시급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올 겨울에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정책조정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저희 당은 노란봉투법을 주요 입법 과제로 선정하고 추진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노동조합의) 모든 불법 행위를 조건 없이 용인하겠다는 그런 태도는 전혀 아니다. 정당한 노동권 보호를 위한 구체적 사례나 해외 입법을 검토해서 입법하려는 준비단계"라고 밝혔다.
야권의 노란봉투법 추진 움직임에 재계는 반발하고 있다. 앞서 손경식 경총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은 전날(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전해철 의원을 만났다.
손 회장은 이 자리에서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불법 쟁의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으로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우리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다"며 "오히려 불법행위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인 사용자에게만 피해를 감내하도록 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해 경제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비대위원장은 재계의 우려에 "파괴 등의 불법행위에 대해선 손배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경총 관계자는 15일 통화에서 "직접적으로 파괴하거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가 많고, 그 피해액도 많다"며 이 비대위원장 측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생산 현장을 점거하거나 레미콘 차 앞에 드러눕는 등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노조의 행동이 훨씬 많다"며 "그런 행위들이 사업장에 손해를 많이 끼치는 데 그것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추가 대응 계획과 관련해서는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등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대로 추가 입장이나 의견을 지속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라며 "추가 국회 방문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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