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 '감사원 정치개입 방지법' 등의 대규모 입법을 예고하며 정부·여당을 향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입법독주에 맞서 '대통령 거부권'을 언급하며 항전하는 상황이다. 여야 모두 '민생'을 내걸었던 9월 정기국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민주당은 16일 전북도청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원내 1당으로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양곡관리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으며 이재명 대표는 "국민에게 필요한 일이라면 주어진 권한을 행사해 신속하게 결과물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미곡(米穀) 초과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가격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하는 경우 정부의 시장격리 조치를 강제하는 법안이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15일)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한 바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추진과 관련해 "민주당에 의한 일방적 국회운영에는 절대 저희들이 응할 수도, 협조할 수도 없다"며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할 경우 대통령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 대표는 이에 "윤석열 대통령께서 대선 후보 때 시장격리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게 있다"며 "여당 인사 한 분이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게 하겠다는데, 그러지 않으실 것이라고 본다"고 맞섰다.
여야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문제를 두고도 충돌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법안으로 지난 15일 정의당 측이 발의한 노란봉투법에 민주당이 공동발의로 참여하며 논의가 속도를 내게 됐다. 권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황건적 보호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16일 권 원내대표의 주장을 "악의적 프레임"이라고 지적하며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은 거친 언어로 타협의 공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의 성숙한 논의로 법을 개정하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감사원 정치개입 방지법(감사원법 개정안)' 추진도 본격화하고 있다. 감사원의 특별감찰 시 국회의 승인을 받게 하는 내용으로 신정훈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 60명이 지난 14일 발의했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시기 정책 감사를 시작한 것에 대한 맞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감사원은 16일 민주당의 개정안 추진에 우려를 표시하며 "입법과정에서 관련 절차에 따라 감사원의 단호한 의견을 개진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감사원장을 지냈던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도 감사원법 개정안과 관련해 "헌법 체계를 파괴하는 민주당의 기상천외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16일 라디오에서 최 의원을 향해 "감사원이 정치적 중립성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는 것에 대해서 책임을 느껴야 될 분"이라며 "그런 말씀을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강행을 예고한 법안들을 둘러싸고 여야의 대치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16일 통화에서 "민생 입법과 정치 탄압 저지라는 두 가지 목표와 관련해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법안은 없을 것"이라며 "정부·여당의 불안정도 길어지면서 야당이 강경하게 나갈 수밖에 없는 구도"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16일 이날 불거졌던 대통령실 영빈관 신축 논란과 관련해서도 맹공을 퍼부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이 새 영빈관 건립에 878억여 원의 예산을 편성했던 것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호언장담한 대통령실 이전 비용 496억원은 완전히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심사를 통한 대대적인 예산 삭감을 예고했다. 이재명 대표는 "영빈관을 짓는데 878억원이면 수재민 1만 명에게 1천만원 가까이 줄 수 있는 돈이 아니냐"며 "국민 여론에 반하는 예산이 통과되지 않도록 하는 건 우리의 의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16일 저녁 영빈관 신축 계획 취소를 지시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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