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반도체 수요 급감에 삼성·SK도 '휘청'…TSMC만 승승장구

[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며 반도체 업체들이 어닝쇼크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K-반도체 자존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났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 정도만이 영업이익이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TSMC는 매출 면에서도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서며 파운드리 경쟁력을 입증했다.

반도체 업체들은 4분기 이후 업황도 개선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업체들이 투자,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반도체(DS) 부문 매출이 23조200억원, 영업이익이 5조1천2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7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9.1%나 줄었다.

삼성전자는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TSMC에 내줬다. TSMC의 3분기 매출은 6천130억 대만달러(약 27조원)였다. 영업이익면에서도 TSMC는 3천10억2천400만 대만달러(약 13조7조원)로 삼성보다 2.5배 가량 많다.

이는 삼성이 메모리 의존도가 커 TSMC보다 업황을 더 타기 때문이다.

PC와 스마트폰을 만드는 업체들이 수요 약화로 반도체 재고를 조정하면서 메모리 업체들은 실적에 타격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D램과 낸드 가격이 전분기 대비 각각 13~18%, 30~35% 하락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는 예상을 상회하는 고객사 재고 조정과 중화권 모바일 등 소비자용 메모리 제품군의 수요 둔화세 지속으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매출 10조9천829억원, 영업이익 1조6천55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줄었고, 영업이익은 60%나 감소했다. 이는 영업익 2조원대를 예상한 시장 컨센서스를 한참 하회하는 성적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시황 악화 상황에 직면했다"며 "메모리 주요 공급처인 PC,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출하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의 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도 66억4천만 달러(9조5천200억원)로 전년동기대비 19.8% 감소했다. 매출은 시장 컨센서스(68억 달러)를 하회했다. 주당순이익익(EPS)은 1.45 달러에 그쳤다.

인텔은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지난 7월 3분기 매출 가이던스로 150억~160억 달러(약 22조6천억원)를 제시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 187억 달러를 하회한 수준이다. 실적 악화 속에 인텔이 이달 안에 직원 20%를 감원한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실적발표 당시 "고객사들이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재고를 사용하면서 새 주문이 들어오지 않아 3분기에 저점을 찍을 수 있다"며 "10년 동안 본 적이 없는 수준의 재고 조정인데, 지금이 바닥이라 생각하고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체들은 4분기는 물론 내년 이후도 업황이 개선되기 힘들다고 보고 투자 감축, 감산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단기적인 수요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공장 가동률을 낮추겠다"며 "2023회계연도 설비투자도 30% 축소하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시장 환경에 맞춰 내년 상당한 규모의 투자 축소로 (메모리) 수급 균형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내년 올해 대비 50% 이상 투자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TSMC도 올해 설비투자 목표액을 종전 400억 달러에서 360억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인위적으로 반도체 감산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투자도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달 초 테크데이에서 인위적인 감산은 고려치 않는다고 했는데 이 입장엔 변화가 없다"며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