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실적 성장세를 이어갔던 LX세미콘이 TV 시장 부진으로 직격타를 맞았다. 올 3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X세미콘의 지난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3% 늘어난 4천786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53.2%나 줄어든 604억원에 그쳤다.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TV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 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3.8% 감소한 2억200만 대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10년 내 최저 수준의 출하량이다.
LX세미콘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을 설계하는 곳으로, LG디스플레이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DDI는 TV와 스마트폰 등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전자 제품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반도체로, 박막트랜지스터(TFT)를 통해 레드·그린·블루(RGB) 서브픽셀을 제어한다.
LX세미콘은 LG디스플레이에 TV 패널에 탑재되는 라지 DDI를 공급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상반기 보고서 기준 LX세미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1.1%에 달한다. 이로 인해 TV 시장이 침체되면 LG디스플레이와 LX세미콘이 함께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IT 기기의 수요가 늘면서 DDI 수요도 급격히 많아져 LX세미콘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올해 3분기부터 TV 시장 불황이 닥치면서 관련 DDI 매출 비중이 최근 1년 중 가장 낮았고, 전체 실적까지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실제로 LX세미콘에서 가장 많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은 TV다. 3분기 매출 비중은 ▲TV 34% ▲IT 20% ▲모바일 39% ▲기타 7%로, TV의 경우 지난해 3분기 44%에서 10%p나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글로별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면서 TV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졌다"며 "전방산업의 어려움으로 후방산업도 움츠러들면서 LX세미콘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듯 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LX세미콘의 3분기 재고자산도 1년 전보다 140.8% 증가한 4천483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로도 62.6%가 늘었다. IT 기기 수요 감소로 재고가 증가한 것이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LX세미콘의 실적 부진은 LCD 업체들의 급격한 감산 및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출하 부진에 기인한다"며 "LX세미콘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불구하고 LCD 고객사들의 감산 여파가 더욱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LX세미콘은 모바일용 DDI로 위기 대응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TV와 달리 모바일 매출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LX세미콘 전체 매출에서 모바일은 1년 전 29%를 차지했으나, 올해 3분기에 39%로 10%p 늘었다.
LX세미콘은 스마트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DDI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로, 애플의 아이폰14 신제품에 DDI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패널 업체 BOE에도 DDI 납품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기존 액정표시장치(LCD)에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전환되면서 LX세미콘의 모바일 DDI 공급량도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애플 아이폰13에 이어 14 시리즈에 공급이 증가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LX세미콘의 올해 사상 첫 매출 2조원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조6천629억원으로 1년 전보다 22.2% 늘었고,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 늘어난 2천979억원을 기록했다. LX세미콘의 역대 최대 실적은 지난해로, 작년 매출은 1조8천988억원, 영업이익은 3천696억원을 달성했다.
LX세미콘도 하반기에 모바일용 DDI 공급 확대로 최대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또 4분기에도 업황 부진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감소세를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파워 IC(전력반도체), MCU(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 SiC(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 등 전기차에 사용되는 반도체 신사업을 앞세워 실적 부진을 극복해 나갈 계획이다.
김 연구원은 "LX세미콘은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 및 전력반도체 등 전장용 반도체 사업으로 매출처 다변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기업가치가 앞으로 재평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