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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재용' 흔드는 민주당…文 정부 때 묻어뒀던 '삼성생명법' 카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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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화재 보유 삼성전자 지분 25조 강제 매각 추진…지배구조·시장 혼란 우려 ↑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5년 만에 꺼내 들면서 삼성전자에 또 다시 위기가 닥친 모습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 중인 25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강제 매각해야 해 삼성전자의 지배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법 개정안(일명 삼성생명법)을 둘러싼 국회 논의가 5년 만에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아이뉴스24 DB]
보험업법 개정안(일명 삼성생명법)을 둘러싼 국회 논의가 5년 만에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아이뉴스24 DB]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보험업법 개정을 도와달라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전원에 친전을 보냈다. 이에 국회 정무위원회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다음 주부터 열리는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 안건으로 상정하는 방안을 놓고 여야 간사 협의에 나섰다.

박 의원은 "우리나라 보험업법은 보험사 자산이 특정 투자 대상에 편중돼서 그 위험이 고객에게 전가되거나 투자 대상의 이해관계에 보험회사가 종속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있다"며 "이제는 보험업법을 직접 개정해 금융시장의 건전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박 의원은 이번 개정안 추진이 삼성 측을 저격하는 것임을 시사했다. 박 의원은 "현행 보헙업법 감독규정으로 인해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혜택을 보고 있다"며 "박용진이 정무위에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불법을 바로잡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 자기자본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 삼성생명이 자기자본 60% 기준을 지키기 위해서는 제가 발의한 삼성생명법 개정과 별개로 삼성 계열사 주식을 사실상 매각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국회사진취재단]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국회사진취재단]

박 의원이 지난 2020년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취득 원가로 돼 있는 보험사의 주식·채권 소유액 산정 기준을 시가로 바꾸도록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실질적으로 영향을 받는 보험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둘 뿐이다.

삼성생명은 보험사 '3% 룰'을 적용 받는다. 현행법상 보험사는 손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대주주나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의 3% 이하 금액으로만 소유할 수 있다.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약 310조원으로, 3%면 약 9조원 이하 정도만 특정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행법은 삼성생명이 들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가치가 총 3%가 안 되는 것으로 계산해놓고 있다. 1980년에 삼성생명이 사둔 주식 가격, 즉 당시 취득원가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당시 1주당 1천72원이었다. 전체 금액은 약 5천444억원 정도가 된다. 이는 삼성생명 총자산(281조원)의 0.19%로, 기준 금액인 9조원과 비교했을 때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박 의원이 추진하는 개정안에 따라 '시가'를 기준으로 하면 규모가 달라진다. 시가 기준에선 삼성전자 지분율 가치가 약 30조원(8.51%)에 달한다. 이에 총자산의 3%, 즉 약 9조원을 초과하는 금액 만큼은 매각해야 한다.

삼성전자 주식 1.49%를 보유한 삼성화재도 법안 통과 시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삼성생명까지 합치면 삼성전자 지분 총 25조원가량(7.07%)이 강제 매각 대상이 된다.

삼성화재 본사 머릿돌(위), 삼성생명 본사. [사진=아이뉴스24DB]
삼성화재 본사 머릿돌(위), 삼성생명 본사. [사진=아이뉴스24DB]

재계에선 보험업법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삼성그룹이 또 한 번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 및 삼성화재가 가진 삼성전자 주식 상당수가 강제 매각되면 이재용 회장을 정점으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회장은 삼성물산 최대주주(17.97%)로, 나머지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 지분 31.31%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화재 보유 삼성전자 지분율 합계가 현재 10%에서 3% 수준으로 떨어지면 이 회장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율도 20.75%에서 13% 정도로 낮아진다.

재계 관계자는 "개정안 통과 시 이 회장 등 최대주주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향후 그룹이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와 보험업법 개정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 인적분할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선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한 뒤 삼성전자 투자회사는 삼성생명·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 10.22%를 인수하고, 삼성물산은 삼성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투자회사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또 분할 후에는 현물출자를 통해 '삼성물산 → 삼성전자 투자회사 → 삼성전자 사업회사' 구조로 재편될 것으로 관측했다.

일각에선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도 내비쳤으나, 시장에선 불가능하다고 봤다. 삼성전자를 자회사로 둔 삼성물산은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 경우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30%까지 확대하기 위해 68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필요 자금 확보를 위해 건설 사업부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데 시장에선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다.

재계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 등은 삼성전자 지분 매각 시 5조원 규모의 법인세를 납부해야 해 세 부담도 만만치 않게 된다"며 "3%를 초과하는 삼성전자 주식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 증시가 요동칠 수 있다는 점에서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이들만 600만 명이 넘는데, 대부분 개미 투자자들"이라며 "보험업법 개정안으로 이들까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 탓에 보험업법 개정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마지막으로 보험업법 개정안이 논의된 것은 지난 2017년 2월 22일로, 21대 국회에서도 개원 직후인 2020년 6월에 법안이 재차 발의됐지만 지금까지 법안소위 상정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여러 파장을 생각해 정무적 부담으로 보험업법 개정안 추진을 차일피일 미뤄왔다가, 올해 야당이 되면서 다시 추진하려는 것은 저의가 의심되는 부분"이라며 "현실화되면 지난달 '이재용 회장 체제'를 확립한 삼성전자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쳐 경영상 혼란을 줄 뿐 아니라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도 커진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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