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정기 인사 시즌이 다가왔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의 임원 인사를 두고 재계에선 누가 승진을 할 것인지, 올해를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출 것인지를 두고 벌써부터 온갖 추측이 난무하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 때문인지 기업들은 이번 인사에 대체적으로 변화보다 '안정'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내년 경영 환경이 '시계제로' 상황에 놓인 만큼 쇄신보다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세대교체를 전면에 내세운 임원 인사 기조는 여전한 듯 하다. 몇 년 전부터 기업마다 경쟁하듯 유행처럼 30대 임원, 40대 CEO를 곳곳에 배치하는 동시에 50~60대 임원은 여전히 현역에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쓸쓸히 퇴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급격한 시대 흐름에 맞춰 최대 능력을 발휘했던 이들이 '세대교체'란 인사 키워드 때문에 밀려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나이 어린 임원이나 선임 직원의 부임으로 기존에 성과를 나타냈던 베테랑들이 퇴사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들이 서로 충돌 없이 어우러지는 조직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대교체'만 앞세운 인사가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에 득이 될 지 의문이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글로벌화에 맞춰 연공서열 파괴 문화를 급히 정착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그 면면을 보면 다소 아쉽다. 2019년 말 LG생활건강 인사에서 최연소 30대 임원에 올랐으나, '막말 논란'을 일으켰던 1985년생 상무가 대표적 사례다. 실력이 있음에도 임원이 되지 못한 40~50대들은 이 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기업들이 이번에도 젊은 이미지를 심어주고자 직급, 연차에 상관없이 성장 잠재력을 갖춘 30대 상무와 40대 부사장 등 젊은 리더를 발탁했다는 소식이 들리겠지만, 정작 이들이 신뢰할 수 있는 '인재'인지는 의문이다. 내우외환의 경영환경 속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 위기 극복을 위해 새로운 인재를 앞세우려는 의지를 내보이겠지만,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연륜에 따른 능력을 무시할 수 없다. 회사와 임직원 모두 나이 때문에 밀려나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해선 안된다.
하지만 세대교체와 성과주의에만 혈안돼 정작 자신의 사람을 키우지 못하는 오너들의 오판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삼성, 현대, SK 등 주요 그룹 창업주들이 사람을 향한 '신뢰'를 바탕으로 인사에 나섰다는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다. 인사 트렌드에만 혈안돼 진짜 '인재'를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믿고 맡겼으면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명예회장의 말을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을 이끌고 있는 오너들이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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