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시민사회와 언론은 감시와 견제가 그 본연의 역할로, 기업 스스로가 볼 수 없는 허물을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할 것입니다."
2년 전 '대국민 사과'를 통해 소통 강화를 약속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승진 후 첫 사장단 인사에서 언론 출신 홍보 임원들을 중용해 주목 받고 있다. 최근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상생 경영'에 힘쓰고 있는 이 회장이 사회와의 소통 접점을 더 넓히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5일 '2023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백수현 DX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과 박승희 삼성물산 건설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백 신임 사장은 SBS 보도국 부국장 출신으로 홍보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2013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국내홍보 그룹장, 커뮤니케이션팀장을 역임하며 사내뿐 아니라 외부와의 소통 활성화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백 사장이 이번 승진을 통해 대내외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 삼성전자의 비전을 보다 확실하고 책임감 있게 내외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승희 삼성물산 건설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도 이날 사장으로 승진하며 삼성전자 CR(대외협력) 담당 사장을 맡았다. 원래 이 자리는 이인용 사장이 맡아왔으나, 이 사장은 이번에 고문으로 물러나게 됐다.
박 신임 사장은 중앙일보사 편집국장 출신으로 2020년 12월부터 삼성에서 근무해왔다. 풍부한 네트워크와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가졌다는 평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박 사장은 새 CR담당으로서 대내외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가교 역할을 원활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이 같은 움직임이 컨트롤타워 복원과 관련해 사전 소통 작업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것으로도 해석했다. 앞서 삼성 안팎에선 그 동안 ▲사업지원TF(전자 계열) ▲EPC경쟁력강화TF(건설 계열) ▲금융경쟁력제고TF(금융 계열) 등으로 분산된 지원 조직이 하나로 합쳐져 컨트롤타워가 복원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은 '2023 사장단 및 임원 인사' 초안을 지난달 말 보고 받았으나,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컨트롤타워 복원을 골자로 한 이번 인사안이 탐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도 삼성 내부에 컨트롤타워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봤다. 지난 달 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3개 관계사 사업지원 TF장과 간담회를 가진 것이 현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겠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내부에서도 여러 여건이나 정황상 컨트롤타워가 다시 생기기엔 적기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듯 하다"며 "이 회장이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는 데다 승계를 하지 않고 이사회 중심으로 투명 경영을 하겠다고 내걸었던 만큼, 컨트롤타워가 복원된다면 모순적으로 비춰질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준법위에서도 TF가 향후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 것은 현 체제를 계속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조직을 따로 만들지 않는 이상 현재 분위기에서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것은 시기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언론 출신 임원 두 명이 사장으로 승진한 것이 컨트롤타워를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하는 것은 현 분위기로 볼 때 맞지 않는 듯 하다"며 "과거 삼성이 내부지향성이 강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시 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밀어붙일 때도 있었는데, 이젠 외부와 소통하면서 더 귀를 기울이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가 이번 인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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