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여성임원은 사장까지 돼야 한다. 임원 때는 본인의 역량을 모두 펼칠 수 없을 수도 있으나, 사장이 되면 본인의 뜻과 역량을 다 펼칠 수 있으니 사장까지 돼야 한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지난 2011년 8월 23일 여성 임원 오찬에서 이같이 말한 지 11년 만에 삼성에서 첫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첫 인사에서 새로운 변화가 이뤄진 셈이다.
삼성전자는 5일 사장 승진 7명, 위촉 업무 변경 2명 등 총 9명 규모의 2023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는 '안정 속 혁신'에 방점이 찍혔다. 2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는 등 경영 안정성을 도모하면서도 과감한 기술 인재 발탁과 여성 사장 선임 등을 통해 변화를 시도했다.
특히 이영희 DX부문 글로벌마케팅센터장 부사장이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승진했다는 점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삼성그룹 전체에서 총수 일가가 아닌 여성이 사장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64년생인 이영희 사장은 '마케팅 전문가'로 꼽힌다. 연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광고마케팅 석사를 취득했으며, 유니레버 코리아, SC존슨 코리아, 로레알 코리아 등을 거쳐 삼성전자에 합류했다.
이 사장은 지난 2007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합류, 전략마케팅팀 마케팅그룹장을 맡은 바 있다. 이후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마케팅팀장과 글로벌마케팅센터장을 지내며 갤럭시 스마트폰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삼성전자의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에선 주요 그룹들의 '유리 천장'이 깨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앞서 지난달 24일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한 LG그룹에서도 이정애 LG생활건강 음료사업부장 부사장이 최고경영자(CEO) 사장으로, 지투알도 광고마케팅전문가인 박애리 전무가 부사장급 CEO로 선임된 바 있다. 4대 그룹에서 총수 일가가 아닌 여성이 CEO가 나온 것은 이 사장과 박 부사장이 처음이다.
다만 여전히 '유리 천장'이 단단해 여성 CEO가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4대 그룹 내 매출이 100억원 넘는 계열사에서 비오너 출신으로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여성 CEO는 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1천 대 기업 대표이사 중 여성은 32명으로 2.4%에 그쳤다. 이 중 비오너가 출신 여성 전문경영인은 7명에 불과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대기업 내 여성 CEO가 눈에 띄게 증가하려면 우선 여성 임원 비중이 10%를 넘고, 중간관리자층도 30% 이상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서민지 기자(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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