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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C&C 판교 IDC 화재, 2년 전 KT와 무엇이 달랐나 [데이터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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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C·배터리·전력' 통합 화재 매뉴얼 마련해야…과기정통부·산업부 "논의 중"

[아이뉴스24 김혜경 기자] "2020년 화재가 발생한 KT 강남 인터넷데이터센터(IDC)는 무정전전원장치(UPS)와 배터리실이 분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SK C&C 판교 IDC의 경우 리튬이온전지가 일부 UPS와 완벽히 분리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배터리실 내 상부에 설치된 전력케이블도 화재로 손상됐다. 두 곳의 구조가 달랐고, 한쪽은 대규모 서비스 장애로 이어진 셈이다."

KT 강남 IDC 화재현장 지하3층 내부 평면도. [사진=전기안전공사 '화재현장 원인조사 결과 보고서' 발췌]
KT 강남 IDC 화재현장 지하3층 내부 평면도. [사진=전기안전공사 '화재현장 원인조사 결과 보고서' 발췌]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디지털서비스 장애 조사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 같이 전했다.

지난 10월 15일 오후 3시 33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캠퍼스 A동 지하 3층에서 불이 났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 데이터센터 전원공급이 차단되면서 입주사인 카카오, 네이버 등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단 사태가 빚어졌다.

IDC 내 배터리실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건은 판교 IDC가 처음은 아니다. 2020년 12월 15일 오후 11시 12분께 서울 KT 강남지사 지하 3층 축전지실에서도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이 사고로 리튬이온전지 20개와 납축전지 380개가 파손됐다.

'KT 축전지실 화재현장 조사서' 등 당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화재원인은 리튬이온배터리시스템 분전반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한 발화로 배터리 등이 소실된 것으로 추정됐다. 전기적 요인은 미확인 단락, 즉 원인을 알 수 없는 합선으로 조사됐다.

KT 강남 IDC 축전지실 화재 현장 사진. [사진=전기안전공사 '화재현장 원인조사 결과 보고서']
KT 강남 IDC 축전지실 화재 현장 사진. [사진=전기안전공사 '화재현장 원인조사 결과 보고서']

해당 사고도 다량의 물을 이용해 진화했지만 서비스 장애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판교 IDC 화재 건과는 달리 전력공급을 전면 중단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에 화재 발생 초기부터 ▲IDC 전체 전력공급이 중단된 시점과 이유 ▲비상 전원 가동 여부 ▲전기실 내 설비 설계와 시공 ▲배터리 발화 원인 등이 쟁점으로 부각된 바 있다.

판교 IDC 화재가 서비스 장애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원인은 배터리 화재에 대비한 사전 조치 미흡, 제도적 한계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특히 물을 이용해 화재를 진압해야 하는데 전력선 배치 등 구조적 문제로 누전 등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전체 전력 차단 조치가 이뤄진 셈이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배터리와 전기설비 간 물리적 공간을 분리하고, 전력선을 재배치해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난 상황에서도 데이터센터가 가동할 수 있도록 전력, 소방 등에 대한 보호조치 기준을 구체화할 것을 권고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KT IDC의 경우 배수로 시스템과 격벽으로 공간이 분리돼 살수가 가능한 구조였다"며 "화재가 발생한 공간만 전력공급을 중단하고 화재 진압이 가능하도록 구조적 안전성이 담보돼야 했지만 판교 IDC는 이 같은 부분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바로 위로 전력선이 지나가도록 설치하는 작업이 불가피했다면 철판 등을 덧대어 화재에 견딜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며 "설치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이 같은 구조적 문제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전개 과정. [사진=과기정통부]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전개 과정. [사진=과기정통부]

일반 화재와는 달리 리튬이온전지 화재는 진화가 어렵고 훨씬 위험하다. 열폭주로 인한 배터리 폭발 가능성과 감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불길이 약해질 때까지 기다리거나 폭발 위험을 상쇄할 만큼의 다량의 물을 활용해 작업을 진행한다. 현장 상황에 따라 특수 약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 원인 규명을 위해선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화재 원인 규명 작업이 늦어지는 이유다. 발화 지점이 배터리라고 하더라도 풀어야할 문제는 산적하다. 단순 전기적 요인을 비롯해 배터리 셀 결함,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시스템적인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비슷한 유형의 사고 재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리튬이온전지 기반 IDC 설비 기준과 안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교 IDC는 올해 2월에도 전기안전공사가 수행한 사용전검사를 통과한 바 있다. 해당 검사는 각종 전력설비가 설계와 같이 시공됐는지 안전성 우려는 없는지 등을 따져 가동여부를 승인해주는 법정검사다. 합격 처분을 받은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유는 현행 제도상 검사 대상에 UPS와 배터리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IDC UPS 안전기준은 물론 통합된 화재 진압 메뉴얼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숙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화재 당시 소방청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매뉴얼에 따라 대응했지만 IDC와 배터리, 전력 화재를 한데 묶은 통합 매뉴얼이 필요하다"며 "현재 산업부 등과 이 같은 사고 유형에 통합‧대응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위해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KT 강남 IDC 화재 이후 재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부상하면서 논의는 했지만 IDC 구조나 기능에 대한 충분한 교류가 이뤄지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IDC가 핵심시설이라는 점에서 민간·공공 IDC 전수조사와 함께 점검 기준을 보완,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혜경 기자(hkmind900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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