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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사라진 삼성 카메라…이재용의 직업병 "나 찍는 건 다 캐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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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 '한국의 밤' 행사서 취재진에 농담…'삼성 1등 영업맨' 역할 톡톡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제가 직업병이 있는데, 아부다비에서 (취재진을) 오랜만에 봤더니 다 캐논이더라구요. 동영상이 안 돼서 다 캐논만 쓴다더라구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8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아메론 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 참석해 취재진에게 농담처럼 한 발언이 화제다. 일찌감치 삼성전자가 카메라 사업을 접었음에도 이 회장이 캐논을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다.

삼성전자 NX500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NX500 [사진=삼성전자]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디지털카메라 생산과 판매를 완전히 접었다.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의 지시로 1970년대에 카메라 사업에 뛰어 들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던 탓이다.

삼성전자 카메라 사업부에 대한 철수설은 지난 2013년부터 나돌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12월 카메라 사업을 담당하던 디지털이미징사업부를 무선사업부로 흡수시키며 카메라개발그룹으로 명칭도 바꿨다. 이때부터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카메라 사업을 접기 위한 수순밟기에 들어갔다고 해석했다.

2015년 3월 'NX 500'을 끝으로 신제품이 더이상 출시되지 않자 삼성 카메라 사업 철수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디카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디카 시장이 침체되는 환경에 놓이자, 삼성전자는 카메라 사업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는 대신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 개선, 이미지센서 등에 집중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8일(현지시간) 다보스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8일(현지시간) 다보스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일각에선 이 회장의 이날 발언을 두고 이미지센서와 관련한 경쟁 의식 때문으로도 해석했다. 현재 캐논은 자체 이미지센서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에서 사람 눈을 대신하는 장치로, 대표적 비메모리 반도체다.

현재 이미지센서 업계 1위는 일본의 소니로, 시장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이미지센서 시장에서는 소니에 이어 업계 2위로 자리매김했지만, 디지털 카메라 이미지센서 시장에선 큰 존재감이 없다. 다만 최근 스마트폰 신작 '갤럭시23' 시리즈에 2억 화소 제품을 적용하는 등 관련 시장에서 초고화소 제품에 대한 업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캐논은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1% 정도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나,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선 소니, 니콘 등 다른 일본 브랜드와 함께 독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처럼 농담한 것은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애착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미지센서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자, 캐논 등 다른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대한 구애로도 읽힌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삼성전자 제품에 대해 애착을 드러낸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앞서 이 회장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업무용 전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난 2015년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를 직접 방문해 관계자를 설득한 점은 재계에선 유명한 일화다.

또 언론사 기자가 인터뷰에 응하자 "(삼성전자의) 갤럭시를 쓰면 인터뷰할 텐데"라고 응대하거나, 지난해 말 베트남 출장길에 오르며 삼성물산 브랜드인 빈폴의 '패딩 조끼'를 입은 것이 화제가 된 일도 있다.

지난해 8월 한국에서 만난 이재용 부회장과 빌 게이츠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지난해 8월 한국에서 만난 이재용 부회장과 빌 게이츠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최근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를 통해서도 이 회장의 영업력이 입증됐다. 빌 게이츠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AMA·Ask Me Anything)' 행사에서 어떤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지난번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재용 회장이 선물한 갤럭시 Z폴드4를 쓰고 있다"고 답했다.

빌 게이츠는 지난해 8월 한국을 찾아 이 회장을 만났다. 삼성종합기술원에서 개발한 신개념 '물 없는 화장실' 기술과 글로벌 사회 공헌 활동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앞서 빌 게이츠는 지난해 5월에도 AMA 행사에서 같은 질문을 받고 '갤럭시 Z폴드3' 모델을 사용한다고 답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제품에 대한 이 회장의 애정은 이미 알 사람들은 다 안다"며 "이 회장의 발언으로 삼성을 한 번 더 주목하게 됐다는 점에서 기업 인지도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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