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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 감산 없다" 삼성전자 컨퍼런스콜에 쏠린 눈…이재용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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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감산설 속 태도 변화 주목…반도체 시황 악화 속 적자 가능성에 입장 유지 부담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인위적 감산은 없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삼성전자 컨퍼런스콜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감 속에서도 줄곧 '인위적 감산'을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던 삼성전자가 이번에 태도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감산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원활한 공급을 위해 의도적으로 쌓아뒀던 재고가 유례없는 수요 절벽을 맞아 중장기 리스크로 전환된 만큼 시장 내 삼성전자에 대한 감산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 유통 재고는 당초 시장 예측보다 더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D램 유통 재고 일수는 스마트폰용이 7주, 서버 및 PC용이 13주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업체의 지난해 말 기준 D램 보유 재고도 15주 정도로, 3분기 때(11주)보다 더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메모리 제조사의 재고 일수가 20주까지 늘어났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는 통상 수준인 5~6주보다 약 4배나 많은 것이다.

기업들 역시 재고가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반도체 재고액은 26조3천652억원, SK하이닉스는 14조6천649억원 정도다. 두 회사 재고를 합치면 현재 5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사뿐 아니라 반도체 유통 업체, 스마트폰·TV·PC 등 고객사에도 재고가 쌓여 있는 상태"라며 "고객사들이 반도체를 구매하지 않고 재고부터 활용하면서 시장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향후 메모리 시장 전망도 어둡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지난해 메모리 시장 규모는 1천344억 달러로 전년보다 12.6% 축소했다. 올해는 전년보다 17%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 역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트렌드포스는 재고 압박으로 올해 1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전기대비 13~18%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거래 가격이 이미 한계 원가까지 하락한 낸드와 달리 D램은 아직 제품 가격이 손익분기점 수준보다 높게 거래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동안 D램 가격이 추가 하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1분기에 최대 20%, 2분기에 최대 10% D램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며 "실제 가격은 이를 하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임원들이 화성캠퍼스 3나노 양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임원들이 화성캠퍼스 3나노 양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시장 상황 악화로 관련 기업들의 실적엔 먹구름이 낀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발표 시점이 일러 메모리 반도체 '실적 가늠자'로 불리는 미국 마이크론의 경우 지난해 9~11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한 41억 달러에 그쳤다. 영업손실은 1억9천500만 달러로,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7년 만이다.

대만 난야테크놀로지도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3% 줄어든 79억5천만 대만달러, 영업이익은 적자전환돼 11억5천만 대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난야가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2012년 4분기 이후 10년 만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4분기 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시장에선 수천억~1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연간 기준으로 10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도 매서운 칼바람을 피하지 못한 분위기다.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이 1조5천억원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봤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반도체 부문 예상 영업이익을 기존 2조6천억원에서 1조5천억원으로 42.3% 줄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8조8천억원) 대비 83% 급감한 수준이다.

여기에 올해 1분기에는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대신증권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695억원 적자로 예상했다. 하이투자증권은 280억원 적자, BNK투자증권은 무려 2천900억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하게 되면 지난 2009년 1분기(6천700억원 적자) 이후 14년 만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올해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 목표를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잡았다. 지난해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이익은 25조4천509억원(증권사 추정치 평균)으로 추정된다.

위민복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업계 내 최고 원가 경쟁력에도 지난해 4분기 낸드 플래시 영업적자를 시작으로 올해 1분기 DS부문 적자, 2분기 D램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반도체 업체들은 줄줄이 투자 축소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론은 올해 반도체 생산 20%, 설비투자 30% 이상을 줄이기로 했고, 인력 구조조정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시설투자를 전년 대비 50% 이상 감축한다고 공식화했다. 또 최근에는 중국 우시 등 생산라인 웨이퍼 투입량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고, 추가 감산 계획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낸드 점유율 2위인 키옥시아 역시 월평균 71만 장에 달하던 웨이퍼 투입량이 지난해 4분기부터는 69만 장 수준으로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가 쌓이면서 반도체 제조사들의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있다"며 "반도체산업 특성상 조(兆) 단위 투자금은 계속 나가는데 재고가 쌓이면서 돈 흐름이 막혀 결국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이 같은 분위기에도 삼성전자는 여러 차례 '인위적 감산'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해왔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현재 미주총괄)은 지난해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데이 2022'에서 감산 계획을 묻자 "현재로선 (감산) 논의는 없다"며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조"라고 답한 바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지난 6일(현지 시각)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시설 투자 감축 계획에 대한 질문에 "아직까지 줄이겠다고 공식 발표한 적도 없고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며 감산 가능성을 일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전략은 경쟁사의 감산 효과가 나타나는 올 하반기까지 손실을 버티면서 다가올 호황기에 얻을 이익을 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경쟁사 대비 양호한 수익성과 풍부한 현금을 기반으로 반도체 다운사이클을 견딜 수 있는 경쟁력이 있는 만큼 공급을 유지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수 년간 반도체 생산라인에 웨이퍼 투입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을 한 전례가 없다.

그러나 시장에선 반도체 업황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선 삼성전자가 감산에 동참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올해 설비투자가 감소한다면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을 확장하겠다는 기존 전략은 다소 지연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글로벌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1위 생산업체인 삼성전자가 공급량을 크게 줄여야 수급이 안정되고 가격도 하락세를 멈출 수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예상보다 크게 하락해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떨어진 만큼, 삼성전자가 공급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 대신 '기술적 감산' 카드를 꺼내든 모습이다. 신제품과 초격차 기술로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심산이다.

이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차기 D램 제품인 DDR5와 데이터센터·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또 생산라인 공정 전환과 최적화로 출하량이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최근까지도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며 "투자는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세트(완제품)까지 망라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며 "덕분에 사업부문별 협의를 통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경쟁사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고, 웨이퍼 투입을 줄이지 않아도 출하량을 조절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웨이퍼 투입량을 조절하는 인위적 감산보다는 공정 전환에 따른 '기술적 감산', 생산라인 효율화에 따른 '자연적 감산' 등을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종 결정을 내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감산과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1분기부터 생산라인 재배치, 신규증설 지연, 미세공정 전환 확대 등을 통해 간접적인 감산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자의 간접적 감산이 현실화하면 그 효과는 2~3분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이고, 하반기 글로벌 D램, 낸드 공급의 7% 축소 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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