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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공법 택한 이재용…재고 50兆 첫 돌파 속 R&D 투자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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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지난해 재고자산 26.1% ↑…불황 속 '초격차 기술' 확보 위해 투자 가속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날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업황 부진 등 그 어느 때보다 대외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투자에 나선 모습이다. 재고 자산이 지난해 사상 처음 50조원을 돌파하는 등 위기에 빠진 모습이지만, R&D 비용도 사상 최대를 투입해 '초격차 기술' 확보에 속도를 높이는 분위기다.

베트남 하노이시 THT 지구에 위치한 베트남 삼성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 가운데)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베트남 하노이시 THT 지구에 위치한 베트남 삼성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 가운데)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17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재고 자산은 52조1천878억원으로, 전년 말 41조3천844억원보다 26.1%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말(57조3천198억 원)과 비교하면 5조원 가량 줄었지만 연말 기준 재고는 여전히 50조원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 자산의 종류는 완성품에 해당하는 제품 및 상품 재고가 16조3천22억원으로 1년 전(12조2천805억원) 대비 30.6%(3조7천517억원) 증가했다. 반제품 및 재공품(제조과정 중에 있는 제품)은 20조775억원으로 1년 전(13조4천736억원) 대비 49.0%(6조6천39억원) 늘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해 TV, 가전 제품의 수요가 급감하며 재고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원자재 구매 비용은 크게 늘었다. 원재료 등의 사용액 및 상품 매입액은 112조5천919억원으로 전년(95조6천254억원)보다 17.7%(16조9천665억원) 증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조치 등의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 등이 오르면서 부담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순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감소했다.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의 중국 순매출은 35조6천258억원으로, 전년 45조5천714억원보다 21.8% 감소했다. 순매출액이란 전체 매출액에서 내부 매출액을 제외한 것이다.

반면 국내 순매출은 48조6천547억원으로, 전년 대비 10.7% 증가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1%로, 전년 15.7% 대비 증가했다. 미주 비중은 39.4%로, 전년(35.0%) 대비 늘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업황 악화에도 삼성전자가 지난해 연구개발(R&D)에 쓴 돈은 사상 최대인 24조9천19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22조5천954억원)보다 10.3% 늘어난 수치로,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전년(8.08%)보다 소폭 늘어난 8.25%를 기록했다. 기부금도 같은 기간 2천709억 원에서 3천59억 원으로 12.9%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어려움 속에서도 올해 투자 확대 기조를 이어간다. 앞서 지난해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선 인위적인 감산 조치 없이 생산을 지속하고,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설비투자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단기 차입키로 결정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이례적 차입에 대해 반도체 투자를 위한 과감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했다.

또 이재용 회장이 취임 이후 국내외 주요 무대에서 줄곧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투자 확대 기조에 영향을 줬다고 봤다. 실제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이사회 회장 승진 의결 직후 취임사를 대신해 사내게시판에 남긴 메시지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며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해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도 이 회장은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했고, 8월 기흥캠퍼스 차세대 반도체 R&D 기공식에서도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초격차 기술 확보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번에 확보하는 20조원의 자금으로 평택 3·4기 인프라 투자와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등 첨단 기술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연구단지 조성을 비롯한 인프라 투자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이 여러 차례 '기술'을 강조해 온 만큼 미래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 움직임은 올해도 꾸준히 이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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