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소희 기자] 31일 예정된 KT 주주총회는 꽃길일까 가시밭일까. KT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로 낙점된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표 다지기'에 나섰다.
후보로 결정되자마자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시급한 과제로 제시한 것이다. 지배구조 개선은 여당을 설득하기 위한 카드로 풀이되고 주주가치 제고는 주주들의 결집을 노리는 레토릭이라는 분석이다.
◆KT서 신한은행·현대차와 혈맹 견인…국민연금과 다른 선택할까
9일 업계에 따르면 KT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의중이 안갯속인 가운데 윤 사장은 국민연금 다음으로 지분 비율이 높은 신한은행·현대차와의 혈맹을 이끈 이력과 소액주주들의 '주주가치 보호'를 무기로 내세웠다.
앞서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지난해 말 기준 10.37%)은 KT 이사회가 구현모 대표를 CEO 최종 후보로 확정했을 당시 "기금이사는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 기본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고 반대한 바 있다. 다만 윤경림 사장이 차기 CEO 최종 후보로 선정된 데 대해서는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혀 국민연금의 결정은 정기주총일 이전까지 예측이 어려울 전망이다.
국민연금에 이어 지분율이 높은 주주는 신한은행(8.29%)과 현대자동차(7.79%)다. 신한은행과 현대자동차는 KT와 지분을 나눈 혈맹 관계여서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과는 다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게다가 지분 교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윤 사장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신한은행과 현대자동차로서는 윤경림 사장이 '아군'인 셈이다. 게다가 윤 사장은 현대자동차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 윤 사장은 지난 2006년 신사업추진본부장(상무)로 KT에 합류했다가 이후 현대자동차 TaaS사업부장을 역임한 적이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현대차에 오래 몸을 담지는 않았지만 늘 혁신을 선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에 나섰던 기업인으로 기억한다"고 언급했다.
윤 사장은 2021년 KT로 다시 복귀해 그룹트랜스포메이션그룹장을 맡으면서 신한은행·현대자동차와 각각 혈맹관계를 구축했다. 지난해 1월에는 신한은행과 KT가 각각 상대 주식 5.46%, 2.08%를 보유하며 전략적 동맹을 맺었고, 같은 해 9월에는 현대차와 KT가 각각 KT 지분 7.7%, 현대차 지분 1.04%와 현대모비스 지분 1.46%를 맞교환했다.
◆KT주주모임 등 소액주주 관심↑…"주주가치 제고·지배구조 개선" 약속
소액주주들의 KT 지분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57%에 달해 표 결집력을 확보하는 것도 윤 사장의 목표다. 이를 의식한 듯 윤 사장은 '주주가치 제고'를 중요한 과제로 내세웠다. 소액주주들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커뮤니티 KT주주모임 측 대표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당초 300~400명을 모아 이슈화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 속도라면 1천 명에 500만 주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커뮤니티는 지난달 25일 네이버 카페를 통해 개설돼 현재 (9일 오전 기준) 가입자 700명을 돌파했다.
주주모임 대표자는 "개인주주들의 주가 하락 마지노선은 2만원 후반대"라며 주가가 추가 하락하면 집단 행동에 나설 뜻임을 내비쳤다. 구체적인 집단 행동에 대해서는 "변호사 선임 등 법적 조치를 하겠다거나 시위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당과 대통령실에서 KT CEO 인선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주가가 하락한 만큼 이를 겨냥한 집단 행동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KT 주가는 현재(8일 종가 기준) 3만200원으로 이미 시가총액이 2조원 이상 증발한 상태다. 오는 13일부터는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전자투표가 가능해 각종 주주 커뮤니티 내에서 의결권 행사를 독려하는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앞서 윤 사장은 지난 7일 차기 CEO 최종 후보자 발표와 동시에 "여러 주주들께서 많은 걱정을 하고 계신다. 사업과 조직을 조기에 안착시켜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언급하며 소액주주의 우려를 짚은 바 있다.
이어 지난 8일에는 KT에 '지배구조개선TF(가칭)' 구성을 요청했다. TF 주요 의제로는 주요 주주 등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해 신규 도입되거나 변경되는 지배구조 방안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그러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을 과감하게 혁신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소희 기자(cowh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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