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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업계는 노키아와 전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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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휴대폰 업계, 지금이 위기

글로벌 휴대폰 업체 '빅5'의 지난 2007년 실적이 노키아를 마지막으로 마감됐다. 부동의 1위 노키아는 신흥시장과 프리미엄 시장을 모두 휘어잡으며 40%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달성했다.

나머지 기업들은 모토로라의 쇠퇴에 따른 반사이익을 봤다. 삼성전자는 2위자리를 꿰찼으며 소니에릭슨은 모토로라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세계 휴대폰 시장의 지도는 1년새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노키아와 기타 휴대폰 제조사간의 '생존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현재 휴대폰은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노키아의 신흥 시장 지배력은 막강하다.

휴대폰 제조사가 노키아를 따라잡아야 하는 것은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모토로라가 노키아를 공공연하게 겨냥했다가 불과 1년만에 적자 전환한 것은 우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격은 최선의 수비'…노키아

노키아는 지난 2007년 총 4억3천71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했다. 이중 1억3천350만대를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단 석달동안 팔아치웠다. 노키아의 작년 4분기 시장 점유율은 40%대를 넘어섰다.

영업이익율은 더 놀랍다. 지난 4분기 노키아의 영업이익율은 23%를 기록했다. 2위인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율은 11% 정도다. 같은 가격대의 제품을 팔 경우 노키아가 삼성전자보다 두배 이상 버는 셈이다.

노키아는 작년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휴대폰 이후의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향후 인터넷 세상을 지배할 모바일 인터넷 분야 선점에 나선 것이다. 무선포털과 각종 서비스를 준비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엮어가고 있다.

수년내로 노키아는 단순한 휴대폰 제조사가 아니라 모바일 토털 솔루션을 공급하는 회사로 자연스레 변신해 갈 것이다.

노키아는 경이로운 실적에도 불구하고 생산원가를 더 줄이기 위해 독일 공장을 루마니아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독일의 인건비가 루마니아의 10배 수준이기 때문이다. 인력도 상시 구조조정하고 있다. 노키아-지멘스 전 임직원의 15%에 달하는 9천명이 2010년까지 회사를 나가야 한다.

노키아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타 휴대폰 제조사의 도전에 적극적인 공세로 나서고 있다. '공격은 최선의 수비'라는 격언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노키아에게 미지의 개척지였다. 반면 모토로라와 한국 휴대폰 제조사들에게는 기회의 땅이었다. 노키아는 2008년 미국에 12개 이상의 신제품을 내 놓으며 적극적인 공세에 들어갈 계획이다. 지난 2007년 노키아는 미국 시장에 단 3개의 제품만을 내 놓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노키아는 삼성전자와 소니에릭슨 등이 신흥시장의 공략 키워드로 내놓은 '프리미엄한 저가폰'에도 비슷한 가격과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으로 맞 대응할 예정이다.

◆모토로라의 몰락으로 반사이익 얻은 휴대폰 업계

지난 2007년 세계 휴대폰 시장의 특징은 '레이저'를 내놓으며 성장세를 거듭하던 모토로라가 한순간 몰락하며 모든 휴대폰 제조사가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올해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반사이익만을 기대하긴 어렵다. 세계 1위 노키아를 공략해야 한다.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은 곳은 노키아다. 한국 휴대폰 제조사 역시 성장의 원동력 중 하나가 됐다.

모토로라는 지난 해 총 1억5천90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해 200만대 차이로 삼성전자에게 2위를 넘겼다. 삼성전자는 총 1억6천10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했다. 소니에릭슨은 1억340만대를 판매하며 4위를 차지했고 LG전자는 8천50만대를 팔아 5위에 머물렀다.

모토로라는 최고경영자(CEO)였던 에릭 젠더 대신 그렉 브라운을 영입하며 재기를 불태우고있다. 타 휴대폰 제조사보다 늦은 3세대(G) 제품을 내 놓고 작년 노키아에게 빼앗긴 중국 시장을 되찾기 위해 새로운 전략 제품들을 대거 선보였다.

하지만 모토로라의 텃밭인 미국 시장에 노키아가 공세를 강화함에 따라 이 시장 수성에만도 여념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렉 브라운 모토로라 CEO는 컨퍼런스 콜을 통해 "1분기에도 휴대폰 부문은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 놓았다.

◆한국 휴대폰 업계, 지금이 위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실적만으로 봤을 때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판매량은 늘어나고 이익도 안정적인 구조를 갖췄다. 하지만 업계는 2008년이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첫번째는 모토로라의 재고 제품이 시장 전체의 불안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모토로라가 정확한 재고율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업계는 모토로라가 재고 정리를 위한 가격 정책을 갖고 나올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토로라가 주력으로 하는 미국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비중이 큰 시장이다. LG전자의 지난 해 4분기 미국 시장 비중은 전체에서 가장 높은 35% 정도다.

두번째는 생산원가 절감의 문제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단기간에 생산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협력업체에 부품단가인하 압력을 행사해왔다. 그 여파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저가폰 판매를 늘려가면서도 안정적인 이익을 낼 수 있었다.

반면 협력업체들은 단가 인하 압력으로 고사직전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요 부품 협력업체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작년 2분기부터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계속해서 줄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단말기 판매량이 늘어 부품 공급량도 늘었지만 부품당 단가 인하로 수익이 줄어든 것이다.

부품 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곧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는 입장이다.

부품단가 인하는 단기적인 생산원가 절감 방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재고와 물류, 생산 등 여러 부문에서 비용을 줄이고 있지만 노키아와 같은 제품을 놓고 경쟁을 벌이기 위해서는 좀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생산원가를 줄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노키아가 미국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경우 한국 휴대폰 제조사들은 단기간에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다. 이미 공공연하게 선전포고를 한 노키아는 타 휴대폰 제조사보다 10% 이상 싸게 팔아도 같은 수준의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영업이익이 두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고루 투자해야

노키아가 휴대폰과 그 안에 내장되는 플랫폼, 이를 이용한 서비스까지 포함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도 휴대폰 업계를 우울하게 만든다. 현재 타 휴대폰 제조사들은 하드웨어를 제외한 플랫폼과 서비스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 같은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구글이 운영하고 있는 오픈 휴대폰 플랫폼인 '안드로이드'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물론 터치스크린 시대를 맞아 새로운 유저인터페이스(UI)를 개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위젯 형태의 새로운 터치스크린용 UI를 선보였으며 LG전자 역시 1분기 내 새로운 UI를 적용한 제품을 내 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도 노키아와의 싸움에 나설 준비로는 부족해보인다. 사상최대의 실적을 기록하면서도 생산원가를 줄이기 위해 공장을 옮기고 조직을 재정비하는 노키아를 따라잡기 위해 두 회사가 좀 더 고민을 할 때다.

명진규기자 alma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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