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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결국 삼성·하이닉스 노림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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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외엔 적자일색…韓 기술력 우위로 재미볼듯

D램 대규모 적자 사태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의 노림수였나?

손실을 보기 위해 장사를 하는 회사는 없다. 그러나 세계 D램 시장에서 세계 1~2위 기업인 국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전제 하에 2007년 사업을 영위해왔다.

시장경쟁에서 뒤쳐질 수 없다는 점에서 내린 불가피한 판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면에선 멀리보고 D램 시장의 패권을 확실히 장악하기 위한 의도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해외 경쟁사들은 수천억원대 적자를 지속하고, 일부는 -80%에 이르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면서 설비투자를 강화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극심한 침체를 보였던 D램 시황이 좀 더 빨리 개선될 수 있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까지 설비투자 여력이 있고, 확고한 기술경쟁력을 쌓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다가올 D램 가격 상승과 함께 '축제'를 즐길 여건을 마련했다.

◆팔수록 손해인 범용 D램…후발업체 위기 가중

2007년 4분기 삼성전자를 제외한 D램 기업 대부분이 수천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실적을 내놓은 하이닉스도 4분기 해외법인 포함 3천1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손실 규모는 수익성이 괜찮은 낸드플래시메모리를 포함한 것으로 D램 영업이 얼마나 악화됐는지 보여준다.

하이닉스가 4년2개월만에 적자를 낸 것을 비롯해, 부가가치가 높은 모바일 D램 등을 앞세워 세계 3위 경쟁을 하고 있는 일본 엘피다메모리도 2년3개월만에 7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D램 전체 물량을 난야테크놀로지와 키몬다라는 고정 고객에게 납품하는 이노테라메모리도 7천27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보이며 적자로 전환했다.

키몬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난야 등 후발기업 중 상위위치에 올라있는 업체들도 3분기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일부는 존폐 위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대만 파워칩세미컨덕터는 3천2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이 -82%에 달했다. 지난 2007년 시장의 주력 D램 가격은 85% 이상 폭락해 제조원가 이하로 떨어지기에 이르렀다. 파워칩의 4분기 실적은 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만 남는 상황이라는 업계의 진단과 일치하는 수준으로 파악된다.

◆감산-신규라인 가동 보류-설비투자 축소 이어져

이처럼 극심한 실적악화로 후발기업들은 제품 생산 감소와 신규설비 가동 보류, 설비투자 축소에 일제히 나서고 있다.

프로모스테크놀로지스가 설 전후 일부 라인 가동을 중단키로 한데 이어, 이노테라도 지난 2003년 설립 이래 처음 일시적으로 설비를 쉬게 하기로 했다.

키몬다와 파워칩은 새로 건립해왔던 라인들의 가동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엘피다와 파워칩의 합작으로 설립된 렉스칩일렉트로닉스는 매년 300㎜ 웨이퍼 팹 1개 라인을 증설하겠다던 계획을 2008년 이행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2007년 수준의 설비투자 규모를 유지하면서 생산량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하이닉스도 설비투자를 다소 축소하지만, 감산은 없다는 전략으로 임하며 해외기업들과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때는 지금이다"…삼성·하이닉스 기술선도-증산 가속

삼성전자는 4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4천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차별화된 모습을 과시했다. 이는 낸드플래시 2위 기업 도시바의 반도체 부문 4분기 영업이익 1천490억원을 크게 압도하는 규모다.

그러나 D램 부문은 지난해 2분기에 이어 손익분기점(BEP) 수준에 그치면서 이렇다 할 이익을 보이지 못했다. 삼성전자 측에서 정확히 이익 규모를 밝히지 않은 탓에 일부 증권사 연구원들은 삼성전자 역시 4분기 D램 부문에서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2007년 생산량 확대 경쟁으로 '치킨게임'을 주도한 데 따른 효과를 톡톡히 볼 전망이다. 해외 경쟁사들이 사지에 몰린 가운데 두 회사는 기술 경쟁력 면에서 확고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2008년 들어 엘피다가 60나노미터급 공정을 도입할 예정이고, 대만 등의 후발기업들은 70나노급 공정을 도입하거나 수율을 끌어올리는데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60나노급 공정의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올해 50나노급 공정의 도입을 위한 준비를 마쳐가는 단계다.

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나노미터급 미세공정 기술은 생산성을 높이고, 원가를 낮추는 일과 직결된다. 삼성전자·하이닉스의 10~20나노 앞선 공정은 후발기업들과 격차를 더욱 벌리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더욱이 후발기업들은 계속된 실적 악화로 기술개발 역량을 높이는데 어려움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11월 1달러 선마저 무너졌던 D램 현물가격은 2008년 1월 말 1.08달러까지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제조사들의 실적과 직결되는 고정거래가격은 1월 말 5개월만에 반등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시황의 흐름은 기조적인 반등 움직임으로 보기 어렵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비수기가 이어지면서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비하면 상당히 양호한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올해 50나노급 미세공정의 도입과 함께 가격경쟁력이 높은 범용 1기가비트(Gb) DDR2 D램의 생산량을 크게 확대할 계획이다. 모바일 D램, 그래픽 D램 등 수익성이 뛰어난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늘리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데에도 힘을 쏟는다. 낸드플래시와 노어플래시, 시스템LSI 부문을 공략하며 D램 산업의 위기를 돌파할 에너지도 계속해서 축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2007년 4분기 내지 2008년 1분기가 반도체 부문 실적의 '바닥'이 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양보와 배려의 미덕은 산업전선에서 경쟁업체 간 통할 수 없는 일인 것. 시장의 우려에도 아랑곳 않고 후발업체 압박에 집중했던 국내 두 기업의 2007년 행보는, 해외 경쟁사 입장에서 야속하지만 철저한 사업전략으로 2008년 효과를 나타낼 전망이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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