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 전 4명으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종착역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70명의 인력이 한 마음이 돼 만든 결과물을 내놓게 됐습니다.
'아이온'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확장팩 등 쟁쟁한 게임과 함께 '죽음의 조'에 편성돼 긴장된 마음입니다. 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다한 만큼 담담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겠습니다."
오는 23일 공개서비스 돌입이 예정돼 있는 MMORPG '프리우스 온라인'의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CJ인터넷 정철화 개발실장의 소감이다.
'프리우스 온라인'은 10월 하순부터 이어지는 대작 MMORPG '랠리'의 첫 발을 내딛는 게임이다. 3년여동안 이 게임에 투입된 개발비는 90억원 정도.
같은 시기에 개봉하는, 국제적인 지명도를 갖춘 대작들에 비하면 투입된 자본이나 이름값에서 밀린다. 그래서 '언더독(Underdog)'으로 평가받아 왔다.
◆ 예기치 않게 다시 맡은 프로젝트
정철화 실장이 이 프로젝트를 맡게 된 계기는 독특하다. 정 실장은 개발사 씨알스페이스의 대표를 맡으며 '디오 온라인'의 개발을 총괄한 바 있다.
씨알스페이스를 떠난 후 엠파스에 몸을 담았으나 엠파스가 게임사업을 정리하면서 다시 '낭인'이 됐다. 그가 지난 2005년 CJ인터넷에 몸을 담게 된 것은 퍼블리싱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권영식 이사의 스카웃에 의해서다.
퍼블리싱 사업부에 몸담게 되는 것으로 알고 당시 대표로 있던 방준혁 사장과의 면접에 임했던 정 실장은 방 사장으로부터 "우리 회사가 내부 자체 개발에 공을 들이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
당시 정실장은 "퍼블리셔도 자체 개발력을 갖고 있어야 게임과 시장에 대한 안목이 생기기 때문에 당연히 개별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는 답안을 내놓았고 그 대답을 들은 방 사장은 정 실장을 자체 개발스튜디오(지금의 CJIG) 관리실장으로 발령 냈다.
당시 위메이드의 개발 자회사 위메이드소프트에서 근무하다 신규 게임 프로젝트를 기획했던 한 개발자가 CJ인터넷에 입사했고 해당 게임의 시안을 방준혁 사장 앞에서 공개한 바 있다.
방준혁 사장은 정실장에게 "이 프로젝트 해야겠어?"라고 조언을 구했고 정 실장은 "참신합니다. 해야 합니다"고 답을 했다. 방 사장은 "그래? 그럼 당신이 직접 책임지고 개발 총괄할거면 하고 아니면 그냥 덮어"라고 '비답'을 내렸다고 한다.
결국 예기치 않게 정실장은 개발자로 복귀했고 그 때 그가 맡아 4명으로 시작했던 게임이 '프리우스 온라인'이다.
◆ '아이온'을 넘어라!
정 실장은 "처음부터 목표는 최고의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2006년 봄, 미국에서 열린 E3 전시회를 참관, 첫 공개됐던 '아이온'의 면면을 본 후 "해볼만하다. 저 게임을 뛰어넘는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호승심'을 느꼈다고.
귀국하자 마자 개발실 멤버들에게 "아이온을 넘는 것이 목표다"고 선언했으나 "에이, 우리가 무슨 수로 '아이온'을 넘는답니까"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무슨 소리냐, 왜 해보지도 않고 안된다고 그러느냐"고 팀원들을 다그친 정 실장은 본격적인 개발일정에 돌입했다.
"사실 처음에는 소위 말하는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스러운 것'을 의미하는 네티즌들의 은어)이었지요. 주목받지도 못하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러나 1차 비공개 테스트를 거친 후,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공들여 게임 시스템에 반영하며 얼개를 짠 후 반응이 달라졌습니다."
서비스 일정이 겹치기도 하지만 미디어와 이용자들 사이에서 조금씩 '아이온'과 비교하는 반응이 보이기 시작했고 "우리가 무슨"이라고 자조하던 개발자들도 조금씩 자신감을 표하기 시작했다.
◆ CJ인터넷 자체 개발력 최후의 보루
화제를 최근 CJ인터넷이 진행하고 있는 자체 개발 스튜디오의 구조조정 및 인력 재배치로 옮겨가자 정실장은 "임박한 오픈에 맞춰 준비하기도 벅차 정신이 없다"며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최근 CJ인터넷은 개발 스튜디오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프리우스 온라인'과 신규 프로젝트를 제외한 다른 개발팀은 감축과 인력 재배치가 단행됐다. '프리우스 온라인' 팀에도 다른 팀에서 이적해온 인력이 10명 정도 배치됐다.
CJ인터넷이 방준혁 사장 시절부터 구축해온 자체 개발력의 마지막 보루인 셈. 흥행에 실패하면 '프리우스 온라인' 팀도 일정 부분 감축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정실장은 씨알 스페이스 시절부터 종종 "지금 만드는 이 게임 망하면 우리 개발자 식구들은 길거리 나앉고 나는 택시 운전해야 한다"며 '전의'를 불태운 바 있다.
3년이 지난 지금 정 실장은 "(만약 우리 게임이 망하면) 지금은 경기가 하도 나빠서 택시 운전도 못할 것 같다"며 웃음을 보인 후 "프리우스가 CJ인터넷 개발력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도록 꼭 성공해 보일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 '프리우스 온라인' 더 이상 '언더독'이 아니다
23일, '프리우스 온라인'의 공개서비스가 시작되는 그 날, 엔씨소프트는 김택진 대표가 직접 '아이온'의 글로벌 서비스 일정을 발표하며 진군가를 울린다.
이어서 '세계 1위 온라인게임'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확장팩이 서비스된다.
정실장과 팀원들이 노력한 만큼 지난 1년여 동안 '프리우스 온라인'의 인지도와 위상은 시장에서 제법 높아졌다. 그들이 자부하는 것 처럼 '프리우스 온라인'은 이제 '언더독'이 아니라 당당한 '복병'으로 불릴만한 위치가 됐다.
그러나 그들이 경쟁해야 할 게임이 너무 막강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이들 게임이 펼치는 경쟁은 연말 게임 시장의 가장 큰 관심거리가 될 듯 하다.
서정근기자 antila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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