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미국 샌디스크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삼성전자의 샌디스크 인수가 힘을 받을 전망이다.
도시바는 지난 1999년 제휴와 함께 샌디스크와 50대 50의 합작으로 설립한 일본 미에현 낸드플래시메모리 제조공장의 샌디스크 측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19일 보도했다.
도시바는 샌디스크가 쥐고 있는 합작공장의 지분 절반 정도를 1천억엔 이상을 들여 인수, 300㎜(12인치) 웨이퍼 물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움직임은 도시바가 샌디스크 인수전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이달 초 니시다 아츠토시 도시바 최고경영자(CEO)는 '씨텍(CEATEC) 저팬 2008' 행사에서 "샌디스크 인수 제안을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인수보다 물량확보 쪽 택한 듯
샌디스크는 세계 플래시카드 1위 기업으로, 삼성전자가 최근 공개인수 제안을 한 상태다. 삼성전자와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1~2위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다, 샌디스크와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합작공장 운영 및 기술제휴로 협력을 해왔다. 이에 따라 도시바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삼성전자의 샌디스크 인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됐다.
최근 2년여에 걸쳐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업계 대부분의 기업이 적자에 빠졌다. 도시바는 샌디스크 인수로 위험부담을 지기보다, 합작공장의 샌디스크 측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생산 물량을 더 확보하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샌디스크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한 시름을 덜게 됐다. 샌디스크가 삼성전자와 도시바 사이에서 '물타기'를 할 경우 인수대금이 치솟을 수 있기 때문. 이번 도시바의 합작공장 지분 인수가 원활히 추진되면, 샌디스크는 1조원 이상의 거금을 손에 쥐게 된다.
그러나 샌디스크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플래시카드 사업이 안정적인 낸드플래시 조달을 필수로 한다는 점을 계산하면, 샌디스크가 삼성전자 '품'에 안길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
도시바와 샌디스크는 지난해 말 각각 절반씩 총 10조원 이상을 투입해 낸드플래시 2개 공장을 연이어 건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낸드플래시 시황의 악화가 지속되면서, 당시 계획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도시바 반도체 부문, 상반기 적자 예상
도시바는 메모리반도체 사업 악화로 2008회계연도 상반기(4~9월) 당초 흑자를 달성한다는 계획이 무너지면서, 500억엔 정도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자체 예상하고 있다.
도시바가 샌디스크와 합작공장 지분을 70% 이상 확보하게 되면, 합작공장에서 생산하는 낸드플래시 중 자사가 가져오는 물량을 늘려 1위 삼성전자와 점유율 격차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샌디스크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낸드플래시 관련 영업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 샌디스크가 가진 'X4' 등 차세대 낸드플래시 기술 관련 로열티 부담을 해소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삼성전자가 42.2%, 도시바가 27.4%, 국내 하이닉스반도체가 14.2%의 점유율을 각각 차지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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