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앞세워 휴대폰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한 데 이어 이젠 PC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 기기에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검색 제왕'으로 통했던 구글이 휴대폰 쪽으로 관심을 보인 것은 지난 2007년 11월이었다.
당시 구글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내놓으면서 모바일 OS 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그 때까지 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모바일과 심비안 진영에 과감한 도전장을 던진 것.
특히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무상으로 제공, 순식간에 윈도 모바일이나 심비안의 아성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모바일 웹부터 접수
모바일 웹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구글의 이 같은 행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 시장을 장악하는 기업이 웹 세상의 강자가 되는데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무료 오픈소스로 만든 것은 모바일 기기, 관련 소프트웨어, 그리고 사용자들에 대한 접근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구글은 이 같은 야심의 첫 관문인 모바일 시장에선 이미 상당한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구글폰의 전망은 아주 밝은 것으로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인스탯(In-Stat)은 앞으로 구글폰의 연간성장율이 30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전망대로라면 머지 않은 장래에 구글이 모바일 웹 시장의 주류가 떠오를 것으로 봐도 크게 그르지 않다.
하지만 구글의 야심은 모바일 시장에서 멈추지 않았다. 스마트폰 뿐 아니라 PC나 TV 같은 다양한 미디어 기기 쪽으로도 발을 들여놓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안드로이드 플랫폼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도 활성화 시키고 있다.
모바일 웹 시장 다음으로 구글이 겨냥한 타깃이 바로 PC 시장이다.
◆'구글 PC' 등장, MS 왕국 위협
구글은 지난 해 12월 브라우저 '크롬' 정식 버전을 내놓으면서 이 같은 야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여기에다 이메일 서비스인 지메일도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문서작업 솔루션인 구글독스 역시 구글 기어를 통할 경우엔 MS워드 처럼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도 쓸 수 있게 됐다.
이 쯤되면 구글이 그리고 있는 그림의 윤곽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OS와 크롬 브라우저, 그리고 오피스 프로그램에다 이메일 계정까지 탑재한 '구글 PC'를 내놓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단순히 모바일 시장만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아수스의 넷북인 eePC에 드로이드를 탑재해서 운영하는 데 성공했다는 실험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여기서 한 발 더나가 조만간 안드로이드 넷북이 출시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전문가들은 넷북 뿐 아니라 데스크톱PC에도 안드로이드를 설치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이 이처럼 모바일에서 PC시장으로 조금씩 영역을 넓혀나가는 조짐을 보이면서 MS와의 경쟁 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MS와 구글의 경쟁에 대해 "PC 중심시대와 네트워크 중심시대의 충돌"이라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MS가 OS와 브라우저를 무기 삼아 PC 기반으로 웹을 지배하는 반면, 구글은 검색을 무기 삼아 네트워크 기반으로 웹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MS의 텃밭인 OS와 브라우저까지 갖추게 될 경우엔 PC 시장에서도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 동안은 MS가 구글의 영역으로 침략해 들어왔다면, 이젠 구글이 본격적으로 MS의 안방을 위협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전략이 성공할 경우 구글은 네트워크 플랫폼 강자를 넘어 PC 플랫폼 강자로 자리매김 할 수도 있다.
◆모든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표준 플랫폼으로
구글은 TV와 셋톱박스, MP3 플레이어 등 모든 미디어 기기에도 안드로이드를 침투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애플이나 MS와 달리 전용 하드웨어 없이 플랫폼으로만 승부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전용 하드웨어가 없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모든 하드웨어의 표준 플랫폼이 되겠다는 전략이라 말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가 무료 오픈소스 플랫폼으로 개발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전략 역시 철저하게 개방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굳이 구글이 직접 안드로이드 기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않아도 수많은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활발히 개발할 수 있는 구조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소프트웨어 개발 킷(SDK)을 공개해 누구나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다. 또 이렇게 개발된 애플리케이션은 구글의 소프트웨어 공유 사이트 '안드로이드 마켓'에 유료로 배포할 수 있어 개발자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한다.
유용한 안드로이드 기반 소프트웨어가 늘면 그만큼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채택하는 하드웨어도 늘어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안드로이드 경제'가 형성돼 구글의 영향력은 높아질 것이다.
아직은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개발자들이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위주로 개발하고 있지만, 향후 PC 등 다른 기기들에 적용될 애플리케이션들도 속속 등장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모든 하드웨어·소프트웨어·네트워크의 플랫폼으로서, 웹 세상에 무너지지 않는 '구글 왕국'을 짓겠다는 구글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강현주기자 jj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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