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지난해와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하이닉스반도체 권오철 대외협력실장(전무)은 "올해 1조원 또는 이보다 약간 못 미치는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5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밝혔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 이명진 기업설명(IR)팀장(상무)은 "아직까지 유동적이나 올해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를 중심으로 최소 3조~4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라며 "이중 반도체 부문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반도체 부문 합계 투자금액은 3조원 안팎에 머물 전망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 약 7조원을, 하이닉스가 2조6천억원을 각각 투자한 것을 감안하면 70%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부문에 200㎜(8인치) 웨이퍼를 투입하는 메모리반도체 10라인을 300㎜(12인치) 웨이퍼 시설로 전환하는데 대부분의 자금을 투자할 예정이다. 하이닉스 역시 D램 생산라인 유지·보수를 중심으로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D램, 낸드플래시메모리 시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한 국내 반도체 대기업의 생산라인 신설투자는 전무할 전망이다.
올 초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반등하는 모습이나, 추세적인 반등세로 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최근 시황 개선은 독일 D램 기업 키몬다의 파산 등으로 시장 공급물량이 줄어든 데 따른 일시적인 것으로, 반도체 수요회복의 기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시황이 빨라야 올해 3~4분기경 회복기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홍완훈 전무는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과잉은 올해 3분기까지 지속된 후, 4분기 약간 개선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업계 D램 비트그로쓰(Bit Groth, 비트 기준 출하량 증가율)로 20%를, 낸드플래시는 30~40%를 각각 전망했다. 하이닉스는 지난해와 비교해 D램이 20~30%, 낸드플래시는 50% 정도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해외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은 지난해 4분기까지 7~8분기 연속 대규모 적자행진을 지속했다. 이에 따라 이미 지난해부터 생산라인을 풀가동하지 않고, 물량을 조절해왔다. 이에 따라 올해 D램, 낸드플래시 비트그로쓰는 공장 신설 없이, 현 생산라인을 최대한 가동해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말 D램 3위의 일본 엘피다메모리가 중국에 신설하는 D램 공장의 가동시점을 1년 연기하는 등 위기에 빠진 해외기업들도 올해 신설투자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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