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통신업계가 72억 달러 규모의 정부 지원금 수령을 앞두고 '망중립성' 준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C넷 등 외신들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바마 정부는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소외지역에 초고속 인터넷 네트워크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72억 달러의 기금을 마련했다. 이 기금은 통신사와 케이블 업체들에게 할당 될 예정이다.
정부의 기금 할당 계획과 관련해 23일 열린 청문회에서 소비자 단체들은 "통신업계가 지원금을 수령하는 조건으로 망중립성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망중립성이란 인터넷 네트워크를 공급하는 업체가 특정 콘텐츠 트래픽을 막거나 속도를 저하시키는 등의 차별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게 골자.
현재 연방통신위원회(FCC)가 통신업계를 상대로 망중립성 규정을 적용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다. 이 때문에 망중립성 지지자들은 강제성 있는 망중립성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찬성하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원금 거부하면 작은 업체들만 반사 이익"
정부가 72억 달러의 거대 자금을 쥐고있는 지금이 망중립성 법안을 마련하기엔 최선의 타이밍이라는 게 지지자들의 주장이다.
애초부터 망중립성을 반대해온 대형 통신사들은 "망중립성은 혁신적인 서비스 제공을 방해하고, 우리의 네트워크 관리 권한을 막는다"며 "망중립성을 준수해야 한다면 지원금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인터넷 소외지역 네트워크 설비 구축 사업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협박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황은 이들에게 불리한 편이다. 대형 업체들과는 달리 영세한 업체들은 지원금 수령을 위해 기꺼이 망중립성을 준수할 준비가 돼있기 때문이다. 대형업체들이 지원금을 안받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정부는 영세 업체들에게 지원금을 할당해버릴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의 초고속 인터넷 확산 사업은 모두 영세 업체들의 먹이가 되는 것이다.
결국 대형 통신업체 및 케이블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망중립성을 준수하느냐, 72억 달러를 포기하느냐의 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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