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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F 2009 현장]중요할때 사고치는 인텔 '데모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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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실행이 안될까요? 이거... 뭔가 잘못된거 같은데요... 척! 좀 도와주시겠어요?"

인텔 최고위 경영자 중 한 명이자 이 회사 최대 연례행사 인텔개발자포럼(IDF) 첫날 핵심 기조연설자로 나선 션 말로니 수석부사장은 강연 도중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5천여명의 참관객들을 앉혀놓고 인텔의 차세대 데스크톱 프로세서 클럭데일의 성능을 보여주려던 참인데, 왠일인지 갑자기 실행이 되질 않는 것.

"이런 적 없었는데…. 제가 아까 최종 테스트 할 때만해도 정말 잘 됐거든요. 정말이에요."

말로니 수석부사장의 애절한 호소에 청중은 여유있는 박수로 위로를 보냈다. 사실, 데모를 통해 그 기술이 진짜인지 아닌지 꼭 가려내야 할 만큼 인텔이 기술력이 없는 회사는 아니다. 말로니 수석부사장은 결국 클럭데일의 성능을 말로만 설명하고 말았다.

IDF는 인텔이라는 단일 업체가 개최하는 컨퍼런스지만 전세계 시스템 업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며 주목도가 높다는 점에서 세계 최대 기술 행사중 하나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첫날 기조연설 중 데모를 실패했으니 가히 대형 사고라고 할만 하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인텔에는 내부 직원들끼리만 속삭이는 말을 들으니 '데모 바이러스'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기술업체인 인텔의 특성상 크고 작은 행사에서 미래 기술을 시연해 보여야 하는 '데모' 행사가 적지 않은데, 꼭 중요한 행사 시연에 정말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종종 문제를 일으키는 징크스가 있다는 얘기다.

아무리 만전을 기해도 도대체 어디서 어떤 점이 잘못돼서 오류를 일으키는지, 잊을만 하면 한번씩 말썽을 부린다는 것.

사실 IDF 기조연설쯤 되면 그 리허설만 100번쯤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모 시연은 말할 것도 없다.

수 천 명의 청중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초청한 500여명의 기자들 앞에서 자칫 실수라도 했다가는 고스란히 세계 각지로 기사가 돼 전송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 IDF 기조연설과 같은 대형 무대에서 이같은 사고가 일어난 적은 없었는데, 아무래도 이번에는 '데모 바이러스'가 단단히 대형사고를 친 모양새다.

션 말로니 수석부사장과 전 인텔 스탭이 이번에도 이 '데모 바이러스' 때문에 적잖은 곤욕을 치룬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샌프란시스코(미국)=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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