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앞다퉈 인터넷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히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 규제개선 추진반'을 구성해 본인확인제도와 위치정보서비스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사전심의 예외규정을 담은 게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런 움직임은 물론 스마트폰 쇼크 때문이다.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우리의 인터넷 규제가 얼마나 세상과 동떨어져 있는 지 실감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국내에 공급된 안드로이드폰 모토로이에는 유튜브 업로드 기능이 없지만, 언어를 영어로 선택하면 유튜브를 사용할 수 있다. 또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에는 게임 카테고리가 없어, 마니아들은 미국이나 홍콩 등 외국 계정을 만들어 다운받는 편법을 쓰고 있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정부는 모바일 인터넷 활성화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어떻게 바꿀지를 놓고 고민중이다. 연말까지 스마트폰이 500만대 공급된 상황에서 게임 등 토종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이 수월치 않을 경우 '정부가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규제를 걷어내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최근 수면위로 부각된 인터넷 규제완화 물결 속에 일부 우려섞인 주장도 들리고 있다.
이제 와서 정부가 인터넷 규제 완화에 나서는 것은 구글이나 애플에 끌려다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그것이다. 국내 업체들이 요구할 때는 아무 반응이 없다 구글과 애플이 스마트폰을 등에 업고 들어오자 서둘러 제도개선에 나서는 게 찜찜하다는 얘기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 구글이나 야후 검색 프로그램을 기본 장착하는 것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다. 이용자 선택권 침해가 될 수 있으니, 법적인 규제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폰에 자사 서비스를 기본 탑재하면 국내 포털들은 망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이들의 기본 논리다.
이런 목소리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의 이슈들을 글로벌 업체와 토종업체간 대결 국면으로 몰아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현재의 인터넷 규제완화 추세를 구글 입김으로 단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스마트폰이 도입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 선택권 제한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은 신기술이 집약된, 매우 역동적인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련 규제는 겸손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경 없는 서비스'라는 특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 시대에 지나친 국산품 애용 주장은 자칫 산업전체의 생태계를 망칠 수도 있다. 구글의 플랫폼 개방성을 칭찬하면서, 네이버나 다음보다 구글이 비즈니스 파트너로 훌륭하다고 말하는 중소 개발자들도 적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것은 구글·애플과 네이버·다음간 유불리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공정한 경쟁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고 보완하는 일이다.
그것이 스마트폰 시대를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일 것이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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