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SK텔레콤과 KT의 1분기 실적이 베일을 벗었다. 일단 1라운드에선 KT의 '판정승'으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올 1분기 양사 실적이 관심을 모았던 이유는 '그 놈의 보조금' 때문이다.
휴대폰 보조금으로 통신사 실적이 좌우되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분기에 특히 관심이 쏠린 것은 지난 해 12월부터 국내시장에서 본격 출시된 아이폰 돌풍 때문이다.
이상 열기까지 보인 아이폰 폭풍에 대응하기 위해 SK텔레콤도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집행한 것. 또 KT가 미국 회사 애플에 퍼주는 보조금이 만만치 않다는 소문과 함께 '팔면 팔수록 밑진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대우증권 통신담당 애널리스트 변승재 연구원은 "아이폰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집행한 SK텔레콤은 결국 인당 가입자 모집비용 증가를 가져왔고, 이는 연쇄적으로 KT의 가입자 모집 비용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전체적인 영업이익 하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 변 연구원의 설명이다.
◆KT "아이폰 덕분에 악어의 눈물'
뚜껑을 열고 보니 역시 두 회사는 똑같이 영업익 감소라는 아픔을 겪었다. 그런데 아픔의 충격은 상대적으로 KT가 덜 한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1분기 잠정실적에 따르면 KT가 매출 4조8천222억원, 영업이익 5천527억원을 기록했다.
이 실적은 증권가에 예측한 '매출 4조7천300억원선, 영업이익 5천200억원선'을 다소 웃도는 것이다.
대우증권 변승재 연구원은 "KT의 이익 수준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익 감소로 인한 충격파가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물론 KT 역시 아이폰으로 인한 출혈은 적지 않다. 영업이익 7.6% 하락이 단적인 예. KT의 영업익 하락폭은 SK텔레콤보다 크지 않고, 23분기 만에 SK텔레콤에 영업이익에서 앞섰지만 그래도 전분기 대비 하락했다.
판매촉진비, 즉 새로운 가입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영업비용이 전년 대비 무려 36.9%가 늘어난 점이 영업익 하락의 주 요인으로 분석된다. 광고선전비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55.4%가 늘어났다.
판매촉진비가 100% 아이폰 용으로 쓰였다고는 볼 수 없다. 이 회사는 집 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및 TV 등 다양한 상품이 있고, 이 분야의 출혈 및 과열 경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휴대폰이 시장에 출시될 때 통신사는 물론 제조사도 '보조금'을 분담하는 통념과 달리 애플 측은 '제조사 보조금'을 한 푼도 내지 않겠다고 단언해 모든 보조금을 KT가 부담했다는 점을 미뤄본다면, 이 회사의 영업이익 하락에 아이폰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폰 판매가 4월말 기준으로 61만명을 돌파한 점과, 아이폰 가입자의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이 5만2천244원에 달해 무선가입자 평균 ARPU 대비 약 67% 높다는 점은 '충성도 높은 고객'의 대량 확보라는 부분에서 KT의 향후 실적에 핑크빛 전망을 드리우고 있다.
◆SKT, 아이폰 때문에 '피눈물'
반면 SK텔레콤은 영업이익이 14% 이상 하락, 아이폰에 대응하기 위한 대가를 톡톡히 치뤘다.
이를 뒷받침하듯 SK텔레콤의 영업비용 분석을 보면 마케팅 수수료가 전년 동기대비 30% 늘어났다. 총 8천30억원으로 매출액의 28%에 이른다.
특히 신규가입자 유치에 대부분 사용되는 '모집 수수료'로만 지난 해 같은기간과 비교해 무려 57% 늘어난 5천430억원을 집행했다.
이 회사 역시 4월말 기준으로 80만의 스마트폰 가입자를 확보해 아이폰 '방어'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3월말까지 70여만명의 스마트폰 가입자를 확보한 KT에 비해 치러낸 대가가 더 큰 셈이다.
◆2분기엔 SKT 대 반격 예상
아이폰 때문에 운 SK텔레콤과 아이폰 덕분에 웃은 KT의 상황이 2분기에도 유지될 지는 의문이다.
외신들은 일제히 오는 6월7일경 아이폰 4세대(G)가 출시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도입 시점은 하반기나 연말쯤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KT의 70만 스마트폰 가입자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아이폰 가입자 증가율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 4G 대기수요가 발생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반면 2분기에 삼성전자 갤럭시 등을 포함 안드로이드 폰 단말기 라인업을 최대 20종까지 늘릴 예정인 SK텔레콤의 대 반격이 예상된다.
즉 SK텔레콤 스마트폰 가입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한편 KT 가입자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마케팅 '캡'으로 실적개선 전망
다만 5월부터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사들과 협의해 도출한 '마케팅 비용 상한 가이드라인'이 본격 적용될 것으로 알려져 시장의 경쟁 자체는 그 열기가 사그라들 전망이다.
가이드라인에서는 마케팅비 총액이 서비스 매출액의 20%(올해는 22%)를 넘지 않도록 하고, 유선과 무선으로 나눠 규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대우증권 변승재 연구원은 "마케팅비용 상한은 마케팅비용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유선 통신 부문보다는 이동 통신 부문에서 큰 폭의 마케팅비용을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마케팅비용의 상한선 적용은 통신사 전반적으로 마케팅비용을 감소시킬 전망이며, 향후 부정기적으로 발생하던 마케팅비용의 급증을 사전에 방지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따라서 2분기 이후 통신사의 영업실적은 급격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변 연구원은 덧붙였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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