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번호통합 정책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 동안은 010 번호 가입자가 95% 이상될 때까지 강제통합을 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통합하자는 것이 대세였다. 하지만 01X(011,016,017,018,019) 가입자도 3G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게 하자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18일 방송통신위원회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은 ▲01X 가입자도 3년 동안 3G 가입을 허용하는 안과 ▲3G 서비스에서 01X 번호표시 서비스를 3년 정도 허용하자는 안이다.
900만 명에 달하는 01X 가입자들이 '당장은' 번호에 대한 저항감 없이 갤럭시S나 아이폰4를 쓸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또한 010 번호통합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소비자들과 일종의 타협점을 찾았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3G 한시허용안은 3년 뒤 01X 가입자의 더 큰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약점이 있고, 01X 번호표시 서비스안은 서비스가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010통합반대운동본부는 01X 번호의 3G 영구 허용을 재차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010 번호통합 정책 포기를 의미하기 때문에 방통위는 꺼리는 분위기다.
방통위 관계자는 "국회에서 관련 법이 발의된 상황이어서 언제까지 정책 결정을 미룰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곧 정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오는 20일 상임위원 간담회를 열고, 정책 조율을 시도한다.
◆첫번째 관건은 010 번호통합 정책 유지 여부
방통위가 ▲01X 가입자도 3년동안 3G 가입을 허용하는 안과 ▲3G 서비스에서 01X 번호표시 서비스를 3년 정도 허용하자는 안 중 하나를 택하려면, 일단 010 번호통합 정책은 '유지'하겠다는 결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정책을 유지해야 하는 가부터가 논란이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 서민기 대표는 "과거 정통부 시절의 잘못된 정책인 만큼, 이제라도 바로잡아 이용자의 자유로운 선택권과 평등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했다.
011의 브랜드화를 막고 번호자원 부족을 해결하겠다는 생각에서 010번호통합정책을 만들었지만, 번호의 브랜드화는 번호이동성 제도로 해소됐고 번호자원도 얼마나 부족한 지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방통위의 주된 분위기는 010 번호통합정책 유지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번호자원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010으로 바꾼 사람은 잘못된 정책이지만 그 정책을 따라온 선량한 사람들인데 정책의 신뢰성을 흐트려 뜨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 많이 왔다"고 밝혔다.
◆3G 한시허용안 vs 01X 번호표시서비스안 정면 충돌
현재로선 방통위가 010 번호통합 정책을 유지하는 선에서 ▲01X 가입자도 3년동안 3G 가입을 허용하는 안과 ▲3G 서비스에서 01X 번호표시 서비스를 3년 정도 허용하자는 안 중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01X의 한시적 3G 가입안은 KT가 지지하는 안인데, 이 안은 한시적이라는 말을 빼면 매우 친소비자적인 안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3년이후에는 결국 010번호로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소비자들의 불만을 키울 수 있다는 비판도 크다.
내년 6월 2G 망 철거를 앞둔 KT로서는 93만 명에 달하는 01X 가입자를 타사로 뺏기지 않고 아이폰 가입 등을 통해 자사 3G 서비스로 유인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지 몰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현재의 번호통합 이슈를 뒤로 돌려 둔 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G 서비스에서 01X 번호표시서비스를 한시적으로 허용하자는 안은 SK텔레콤이 지지하는 안이다.
이 안 역시 소비자 입장에서는 쓰던 내 01X번호 그대로 갤럭시S나 아이폰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띄지만, 복잡하다는 게 문제다.
01X 번호표시서비스가 이뤄지면, 011 번호로 갤럭시S로 가려면 010번호로 바뀌어야 하지만 일정 기간동안 걸고 받을 때 '01X'로 표시돼 외관상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영상통화나 소액결제, 인증, 멀티미디어메시지전송(MMS) 등 부가서비스를 받는 데 일부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
◆KT와 SK텔레콤의 다른 이해...방통위, 원칙 재점검해야
KT가 01X번호의 3G 한시허용을 지지하는 이유는 번호표시서비스안보다 쉬워 일단 01X를 쓰는 자사 2G 가입자를 방어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SK텔레콤이 01X번호표시서비스 한시허용을 지지하는 이유는 3G 한시허용보다는 2G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1년 6월 2G망 철거를 앞두고 있는 KT는 93만 명에 달하는 자사 2G 01X 가입자를 지키려면 3G로의 이동을 앞당겨야 하고, 2018년까지 2G망을 유지할 예정인 SK텔레콤은 800만 명에 달하는 01X 가입자에게 마케팅적인 충격이 덜 오기를 바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이동전화 010 번호통합 논란이 두 회사의 마케팅 전쟁 이슈에 매몰돼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 서민기 대표는 "우리는 두 방안 모두 반대하며 이용경 의원 발의법안처럼 01X 번호로 3G 가입이 허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01X 번호의 3G 가입 허용은 010 번호통합 정책을 폐기하자는 것이어서 찬성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소수자의 권리도 중요한 만큼 자영업자 등 생계와 관련해 01X 번호를 쓰는 사람들에 대한 별도 정책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방통위가 010 번호통합 정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대전제를 세운다면, 어떤 방안이 스마트폰을 쓰고 싶은 01X 가입자의 현안 해결과 방통위가 정한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지 신중히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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