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저녁 열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자단 송년회 자리. 손인옥 부위원장이 기자들에게 퀴즈 하나를 냈다. 2011년 공정위 업무계획 본문 내용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가 무엇이었느냐는 것.
정답은 약 18회 가량 등장한 '소비자'였다. 그 뒤를 이어 '중소기업', '동반성장', '공정', '경쟁'이라는 단어가 10차례 넘게 등장했다. '자율'이라는 단어도 6위에 올랐다.
손 부위원장의 지적은 내년 공정위의 할 일은 이 대여섯 가지 단어로 요약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 이익 보호와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장에서 자율적인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올해 하반기 경제계를 통틀어 최대 화두였던 '동반성장'을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또한 '서민'이 아닌 '소비자'를 내세움으로써, 소비자를 보호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권리를 실현하는 주체로 인식한 것도 눈에 띈다.
실제로 공정위는 소비자원이 공정위로 이관되면서 소비자 관련 업무를 강화해 왔다.
직접 물가 통제를 하진 못하지만, 상시 가격 모니터링을 통해 물가 불안 요소가 있는지 감시하고, 소비자원을 통해 소비자 관련 분쟁을 조정하며 불공정한 상품·서비스 이용약관을 개선하도록 조치하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그동안 담합이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등을 처벌하면서 기업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데 신경을 쓴 측면도 없지 않다. 그간 공정위는 '소비자 프렌들리'보다는 '기업 프렌들리' 기관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호열 공정위원장도 이날 "공정위를 경제검찰이라고만 하는데, 공정위는 경쟁법과 관련해 법원처럼 심판을 내리기도 하고, 법무부처럼 (경쟁에 대한) 정책을 집행하기도 하는 곳"이라며 공정한 경쟁법 집행과 자율경쟁 환경 조성에 대한 역할을 강조했다.
내년은 공정위가 업무를 시작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공정위가 어떤 소비자 프렌들리 정책을 펴나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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