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신묘년 새해를 맞아 벤처기업 제 2의 도약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벤처기업은 청년실업문제를 해소하고 작지만 강한 글로벌 기업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분야로 손꼽힌다. 2011년 출발선에서, 벤처기업을 꿈꾸고 있다면, 안철수 교수의 ‘벤처기업 성공확률 높이기 전략’을 들어보자.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는 21세기의 키워드로 초고속화, 탈권위주의, 영역간 경계를 허무는 융합화와 세계화를 꼽는다.
불과 10년 남짓 지난 20세기는 이제 창고에서 먼지를 털어내고 꺼내봐야 할 ‘과거’가 되고 말았다. 수직적 사고방식과 인간관계는 수평적 사고와 관계를 요구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PC라고 불러야 할지 휴대폰이라고 불러야 할지 경계가 모호한 제품은 날마다 쏟아지고,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시작하는 드라마도 존재한다. 세상은 안 교수의 말처럼 세가지 키워드로 굴러간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스마트폰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애플리케이션 하나만 제대로 개발하면 ‘노다지’를 캘 수 있다는 생각도 고개를 쳐든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수백 만명이 다운받는 애플리케이션도 속속 생기고 있다.
안철수 교수는 “벤처창업의 성공확률을 높이려면 좋은 사람들로 팀을 만들고, 좋은 제품들과 서비스로 경쟁하고, 점진적인 플랜을 세워서 실행하라”고 조언한다.
“어떤 게 좋은 사람들로 모인 팀일까요? 대학생들끼리 취미도 같고 성격도 같고…. 하지만 이게 제일 안 좋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좋아요.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가 동시에 있기 때문에 속도를 많이 낼 수 있는 것처럼요. 단, 가치관은 같아야 합니다.”
카이스트 학생들을 지켜보면서 안 교수는 “오히려 조금 잘될 때 힘들어지고 깨진다”고 말한다. 무엇이 우리 팀의 중요한 가치관인가, 수익이 목적이냐, 일을 열심히 한 결과냐 이런 생각들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2년 정도 뒤에 M&A를 제안 받으면 받아들일지, 독립적으로 갈 지 창업할 때 세세한 부분까지 가치관을 공유하고 맞아야 강력한 ‘팀’이 구성된다는 뜻이다.
안 교수는 미국의 어느 리크루팅 전문가의 얘기도 전한다. “사람 뽑는 기준을 물어보니, 한가지만 본다고 해요. ‘내가 틀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내가 틀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며, 그런 사람만이 10년 뒤 발전해 있더라’는 것이 안 교수에게 돌아온 대답이었다는 것.
눈여겨 볼 점은 또 있다. 안 교수는 “창업하려면 2~4명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1명보다 2명이 통계학적으로 성공확률이 높고, 4명을 넘어가면 만장일치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초창기 기업을 보다 보면 의사결정 구조가 그 기업 운명을 좌우하는 일이 많아요. 한 사람이 결정하고 나머지가 따라가는 구조면 나머지는 80% 힘밖에 안냅니다. 그에 못지않게 안 좋은 의사결정 구조가 민주주의인데, 이런 식이면 배가 산으로 갑니다. 초창기 기업이 일관성유지도 안되면 망하는 지름길이겠지요. 그래서 만장일치제가 좋은데, 의사결정에 참여해 같은 생각으로 가면 120% 능력을 발휘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5명 이상이 되면 만장일치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이론입니다.”
안 교수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콘셉트 테스트’를 제안한다.
무슨 상품을 만들기 전에 실제로 만든 상품처럼 브로셔(소책자)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의견을 구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제품을 만들기 전에 팔릴 제품인지 안 팔릴 제품인지를 손쉽게 소비자반응을 확인해볼 수 있게 된다.
“한방에 모든 것을 걸면 안됩니다. 최소한의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서 하나의 단계를 이루고, 그 뒤 다음 2단계를 실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안 교수는 요사이 청년실업 해소의 한 대안처럼 회자되는 ‘1인 창조기업’에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 젓는다.
“한 사람이 창업하면 실패확률이 아주 높아요. 두 사람 이상(2~4명) 공동 창업할 때 두 배 이상 성공확률이 올라간다는 것은 통계로 이미 검증된 겁니다. 1인 창조기업을 왜 주장하는지 모르겠어요.”
안 교수가 ‘벤처 성공확률 높이기’ 전략을 들고 나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벤처 육성 인프라 지원 속도가 너무나 더디기 때문이다.
“아이폰이 출시되고, 징가나 그루폰 등 세계 최고의 IT 기업들이 2007년을 전후해 속속 생겨났지만, 우리는 IT 콘트롤 타워를 잃고 뒤처지고만 있어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은 마음에서 나부터라도 벤처성공에 대한 카운슬러가 돼야겠다 싶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분발해서 따라잡아야 하지만 문제가 있다는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는 게 안 교수의 진단이다.
청년실업 문제만 고민할 게 아니라 창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실패를 해도 재기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데 정부의 대처는 기대 이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안 교수는 지난 2010년에는 한 달에 한번 정도를 ‘시골의사’ 박경철씨와 함께 지방강연에 나섰다고 말한다. 2011년 3월이면 전국을 다 한번 돌게 된다는 그는 젊은 사람들에게 도전정신을 한번 더 생각해보고 사회에 대해 고민해보는 주제로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글|강호성 기자 chosing@inews24.com · 사진|김현철 기자 fluxus1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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