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 결국 국내 정유사들이 꼬리를 내렸다. 17일부터 일부 석유제품 가격을 인하한 것.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정유사의 묘한 행태(국제 유가 상승시 국내 제품가에 이를 신속히 반영하지만 그 반대일 때는 반영이 더디다)'를 꼬집었으며,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내 석유제품 가격 조정 필요성'을,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석유제품 가격 결정 구조의 합리성 조사 불가피'를 언급하는 등 정유사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실제 지경부는 이를 위해 지난달 18일부터 학계 인사 10여명으로 구성된 TF를 운영, 이르면 이달말 조사결과를 발표한다. 결국 정유 3사가 정부의 압박에 손을 들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인하 효과가 미미한 난방유인 등유 가격에만 한정됐기 때문이다.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17일부터 오는 4월까지 한시적으로 난방용 등유 가격을 ℓ당 50원 내린다. 현대오일뱅크도 같은 제품을 ℓ당 10원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들 정유사들은 "서민용 난방유인 등유 가격 인하로 최근 고물가에 대한 고통을 분담할 것"이라고 인하 배경에 입을 모았다.
하지만 국내 석유제품 소비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수송부문에 대한 인하 없이는 그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내수용 등유물량은 석유제품 총 판매물량의 2.9%에 불과해 4월까지 한시적으로 ℓ당 50원씩 가격을 인하하더라도 정유 3사의 영업이익 감소분은 284억원 정도로 추정했다.
이는 올해 정유 3사의 영업이익 전망치인 5조8천억원의 0.5% 수준이다. 정부는 최근 물가 상승에 따라 다양한 경제정책과 함께 기업을 압박, 제품 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파급효과가 크고, 과점 형태를 띤 석유제품이다.
지경부는 정유사들의 이번 발표와는 별개로 TF를 지속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가격 조정 부분이 발생하게 되면 이를 석유제품에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의 평상시 거래 가격은 배럴당 60달러 선이다. 하지만 지난 ’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배럴당 140달러로 급등했다. 마찬가지로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지난 1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두바이유는 배럴당 98달러에 거래됐다.
우리나라 보통 휘발유 가격은 일본·캐나다·뉴질랜드 보다 싸지만 동일한 국제유가 변화에서 가격 인상폭은 큰 것으로 파악됐다.
’08년 12월과 올 1월을 비교하면 보통 휘발유 가격을 공개한 이들 국가의 평균 상승폭은 ℓ당 330원인데, 우리나라는 373원이나 올랐다.
국내 정유사들이 과도한 이윤을 챙기면서 외국에 비해 유가 인상폭이 커졌고, 이는 결국 정유사들의 영업이익 급증으로 이어졌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 동안 정유사들은 정부 압박에 고도화시설 등 설비 확충과 영업이익률 3% 미만 등을 이유로 석유제품 가격 인하의 부당함을 내비쳤다.
이달 말 지경부 TF 발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뻔하다.
정부 발표 이전에 이번 등유 가격 인하와 마찬가지로 정유사들이 휘발유·경유 가격을 인하, '진정한 고통분담'에 참여하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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