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현기자] 사업자의 자율 등급분류를 허용하는 게임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애플·구글의 오픈마켓에서 게임 카테고리가 열리는 일은 요원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셧다운제'와의 충돌 때문이다.
법사위를 통과한 게임법 개정안은 이제까지 모든 게임물들은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사전 등급분류를 거쳐야 했던 법안을 게임위가 규정한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등급을 심의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애플·구글 등 글로벌 사업자들은 그간 게임위의 등급분류를 거쳐야만 '합법적인 게임물'로 유통되는 게임법에 부담을 느껴 플랫폼의 국내 출시 때부터 게임 카테고리를 열지 않았다.
그러나 4월 임시국회에서 재논의될 예정인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글로벌 오픈마켓 사업자들은 또 다른 장애물에 부딪치게 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가 합의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은 만 16세 미만 청소년은 밤 12시부터 6시까지 정보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모든 게임물을 이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이 그대로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해외에서 제작·유통되는 게임이라 할지라도 국내 이용자들의 연령 정보를 수집해서 만 16세 미만 청소년을 게임에서 차단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애플·구글 등의 사업자로선 유통하는 모든 게임물이 게임위의 사전심의를 거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던 것 이상의 부담이다.
이와 관련,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백화점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줄세워놓고 17세 이상만 들어올 수 있게 검문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업자들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법안일 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셧다운제' 시행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게임 카테고리가 한시적으로 열리는 일은 없을 것"이고 단언했다.
게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게임 카테고리 개설의 걸림돌이던 사전 등급분류 심사를 면제받을 수 있게 됐지만 한시적으로라도 게임 카테고리를 개설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모바일게임 업체에서는 모바일게임의 유해성이나 중독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셧다운제'가 시장이 생성될 수 있는 기회를 원천봉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모바일 게임업체 관계자는 "청보법 개정안은 글로벌 오픈마켓을 열려고 하는 게임법 개정안이 통과된 시점에서 업체들에게 내수 시장은 포기하고 해외로만 눈을 돌리라는 악법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소년 보호는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지켜야 할 대의이지만 '셧다운제'는 진단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을 내리는 법안"이라며 "여성가족부가 명분싸움을 위해 소비자와 기업의 권리를 희생시키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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