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이익공유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0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익공유제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이해도 안간다"며 "부정적이냐, 긍정적이냐를 떠나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 기업가 집안에서 자랐고 학교에서 경제학도 공부했지만 이익공유제라는 말은 누가 만들어낸 말인지 모르겠다"며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말 그대로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경영복귀 이후 정부의 일자리창출 및 투자확대, 동반성장 등 정책에 주도적인 모습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재계의 수용불가 입장을 대변하는 작심 발언으로 풀이된다.
실제 그동안 재계는 정운찬 위원장의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협력사와 나누자는 내용의 '초과이익공유제'가 주주가치, 더 나아가 자본주의에도 반하는 반시장적 정책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더욱이 국내 기업들이 이미 매출과 이익 대부분을 해외에서 올리는 글로벌기업이라는 점에서 국내 중소 협력업체와 동반성장을 위해 이익을 공유하겠다는 것은 본래의 취지도 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우세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많은 기업이 대부분 절반 이상, 많게는 90% 가까이를 해외에서 실적을 올리고 있는 데 이익공유제대로 라면 국내 협력사가 아닌 해외 협력사에도 이익을 나눠줘야 한다는 뜻"이라며 "이는 국부유출인데다, 국내 업체에만 한정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현실성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많은 투자를 통해 거둔 수익을 임직원, 주주 등과 나누는 게 자본주의의 근간 아니냐"며 "협력사와 동반성장 취지는 이해해도 이는 너무 앞서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계는 물론 정부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적잖았다.
실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기업 이익이 시장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올라가 이익이 난 것인지, 중소기업이 기여한 부분에서 이익이 난 것인지 계산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익공유제 도입은 현실적으로 운용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 회장이 전경련 회의에 참석하는 자리에서 이같은 '초과이익공유제'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응수 한 것은 이같이 원칙에도 어긋나는 공유제를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경영복귀후 전경련 회장직을 수차례 고사하면서까지 "지금 할일이 많다"며 본업에 충실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이회장이 4년만의 전경련 회의 참석에서 발언수위를 높인 것도 재계 대표로서 부담을 지고라도 뜻을 전달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실제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 눈치를 보느라 말을 아껴왔지만 재계를 대변하는 듯한 이 회장의 발언은 '할 말을 했다'는 점에서 더욱 무게를 갖는다"고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파장도 만만찮을 조짐이다. 정부가 그동안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 동반성장을 주요 과제로 힘을 실어온데다 이익공유제가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탓이다. 특히 이 회장의 발언을 계기로 재계가 '이익공유제 불가'에 뜻을 같이 할 것으로 보여 이익공유제를 둘러싼 논란이 본격적으로 공론화 될 조짐이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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