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 박웅서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부내 HDD사업을 씨게이트로 이관하는 대신 씨게이트 지분 9.6%를 확보, 2대 주주에 오른다.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HDD 사업부를 이관하는 대신 안정적인 HDD수급 및 낸드플래시 공급처 확대라는 기회를 얻어냈다.
씨게이트도 HDD 시장입지를 굳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단순 매각이 아닌 지분 참여로 양사가 포괄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이번 매각 및 지분 투자가 의미를 갖는 대목이다.
19일 삼성전자는 미국 씨게이트(Seagate Technology)와 지분 9.6% 인수 및 HDD 자산 양도를 골자로 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HDD 자산 양도에 따른 총 13억7천500만달러(한화 약 1조5천억원)에 달하는 금액 중 절반을 씨게이트 지분 약 9.6%(4천520만 주)를 받고, 나머지는 현금(6억8천750만달러)을 받는 식이다.
삼성전자는 이로써 씨게이트의 2대 주주로 이사회 1인 등 경영에 참여하며, HDD 및 낸드플래시, 특허 등 분야에서 포괄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게 됐다.
◆상호윈윈 '주목'…삼성 사업개편 '속도'
삼성전자가 지난 1989년 시작한 HDD (Hard Disk Drive)는 개인용 PC에 주로 사용되는 저장장치로 한때 시장을 주도했으나 최근 SSD 등의 등장으로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실제 삼성전자의 지난해 기준 HDD 시장 점유율은 9.4%로 세계 5위 수준. 삼성은 HDD 대신 SSD에 주력하면서 관련 사업을 지속할지에 대한 판단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자산 양도로 세계 1위 경쟁력을 지닌 메모리 반도체와 차기 시장인 시스템LSI 반도체에 주력하고, 확보된 현금은 신사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권오현 사장은 "양사간 포괄적 협력은 시장 및 고객들에게 더욱 큰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씨게이트와의 협력을 더욱 확대해 소비자, 비즈니스 및 산업용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시장을 위한 새로운 솔루션을 제공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계약은 이건희 회장이 주문한 '새로운 10년 준비'를 위한 사업구조 개편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미래전략실 복원에 따라 사업 조정 등도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핵심사업 및 미래 사업에 보다 중점을 두겠다는 의지도 읽히는 대목.
더욱이 삼성전자는 이번 HDD 자산 양도 대신 세계 1위 HDD 업체인 씨게이트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지분 참여를 통해 HDD 수급 및 낸드 플래시 공급, 특허까지 아우르는 보다 포괄적인 협력관계가 가능해진 것.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즈니스 필요에 의해 경쟁력을 합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자 핵심 및 신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WD 꼼짝마!" 씨게이트, 1위 다툼 재개
지난해 점유율 33%로 세계 1위를 기록했던 씨게이트는 2위인 웨스턴디지털(이하 WD)이 3위업체 히타치를 인수, 단번에 점유율 기준 1위에 오르면서 대책마련이 시급했던 상황.
실제 IDC에 따르면 WD와 씨게이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각각 33.4%의 점유율과 28.9%의 점유율로 치열한 1위 다툼을 벌여 왔다.
그러다 지난달 WD가 점유율 18.2%의 3위업체인 일본 히타치제작소의 HDD 사업부문인 히타치GST를 인수, 단숨에 점유율을 50%로 확대하며 1위로 부상했다.
씨게이트가 이에 대응 세계 5위의 삼성전자의 HDD 사업을 인수하면서 1위 싸움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라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했다는 점도 의미를 갖는다. 중국 및 동남아 시장에서 씨게이트의 영향력 확대도 기대되는 대목.
씨게이트 스티브 루조 (Steve Luczo) CEO는 "삼성과 전략적 협력관계 강화는 물론, 양사 모두 기술 및 제품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며 "씨게이트는 삼성과의 장기적 협력 관계를 맺어 규모의 경제를 향상시키고, 더욱 폭넓은 혁신적 스토리지 솔루션들을 고객들에게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업계에서도 이번 계약이 씨게이트에게 호재 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씨게이트가 HDD 시장에서 어느정도 점유율을 충당할 수 있게 된 것도 좋은 일이지만 더 중요한 건 삼성전자라는 큰 거래선을 확보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SSD 분야에서 씨게이트나 WD는 인텔, 삼성전자 등에 비하면 후발주자"라며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된 것은 차세대 저장장치로 뜨고 있는 SSD 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HDD 업계의 잇단 M&A로 시장 재편이 가속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씨게이트와 WD 진영으로 경쟁이 압축되면서 수익성 개선 효과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먼저 WD가 경쟁업체의 절반 가격에 HDD를 출시하던 히타치GST를 인수하면서 가격경쟁을 해소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HDD 성장세가 PC시장 위축과 차세대 저장장치 SSD의 부상으로 이미 둔화되고 있어 이같은 시장재편에 따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세계 HDD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3.9% 감소한 1억6천9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박영례기자 cloud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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