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윤기자] 아이폰4를 발표한 지난해 애플 '세계개발자컨퍼런스(Apple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
이 행사 기조연설에서 스티브 잡스 애플 경영자(CEO)는 '레티나(망막)' 디스플레이를 강조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4의 디스플레이를 설명하며 "이런 디스플레이는 꿈도 못 꿨을 것"이라며 "미래형 디스플레이로 OLED보다 뛰어난 화면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앱스토어, 이용자 환경(UI) 등으로 전세계에 스마트폰 열풍을 일으킨 아이폰의 새로운 제품을 소개하면서 디스플레이의 뛰어남을 설명했다는 자체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그것도 '레티나 디스플레이'라는 이름까지 붙여가면서.
아이폰4에 탑재한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의 IPS(In-Plane Switching) 기술로 만든 제품이다.
LG디스플레이는 다른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모두 VA 방식을 선택할 때 혼자 IPS 방식을 고수했다. IPS에 대한 꾸준한 기술 개발 결과 올해 1분기 전세계 LCD 시장서 매출, 출하량, 출하면적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제 IPS는 LG디스플레이의 또 다른 이름이나 마찬가지다.
◆"IPS가 OLED보다 뛰어나다"
삼성이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를 갤럭시S에 탑재하면서 OLED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을 받으며 삼성, LG 등 여러 디스플레이 기업이 투자를 진행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OLED에 대한 준비를 조금씩 진행하고 있다. 오는 2013년 TV용 OLED 패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OLED에 대한 투자와 사업 준비가 삼성에 비해 늦은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는 IPS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다.
또 "소비전력, 밝기, 휘도도 AH-IPS가 더 좋다"며 "약한 게 색재현율인데 기술 개발을 통해 OLED보다 색재현율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모바일 디스플레이에 대해선 IPS로 계속 승부하고 OLED는 TV 쪽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래서 OLED에 대한 투자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
권영수 사장이 "고객들이 AH-IPS를 더 선호할 경우 OLED에 대한 투자가 더 늦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할 정도다.
이처럼 IPS에 대한 인기는 업계 전반의 분위기조차 바꿔놓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IPS 패널 강점을 앞세워 소니에 7년 만에 패널 납품을 재개했다. 소니는 지난 2004년 삼성전자와 디스플레이 합작사 S-LCD를 만든 뒤 LG와 거래를 끊었다.
VA 패널을 주로 사용해온 소니가 IPS 패널을 공급받았다는 자체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최근 VA 기술을 채용했던 경쟁 업체들이 IPS 우수성을 인정하고 속속 IPS 패널을 채용하고 있다"며 "LG디스플레이는 IPS의 오랜 양산 경험과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으로 업계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스마트 기기에 적합한 스마트 디스플레이"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IPS를 스마트 디스플레이라고 표현한다.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필두로 여러 스마트 기기에 쓰이고 있고 스마트 기기에 어울리는 디스플레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권영수 사장은 "IP는 시야각 등에서 VA 방식에 비해 장점이 많다"며 "특히 스마트폰, 스마트북, 스마트TV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만드는 많은 회사가 IPS를 선호하고 공급을 원한다고 하고 있어 기분이 좋다"며 "스마트폰과 태블릿PC까지는 왔고 앞으로 본격적으로 스마트TV 시장이 열리면 IPS를 더 선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10개 이상의 기업이 스마트북을 생산했거나 생산을 준비하고 있고 대부분이 LG디스플레이와 같이 사업하기를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IPS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다는 증거다.
LCD는 액정의 구동 방식에 따라 TN(Twisted Nematic), VA(Vertical Alignment), IPS로 나뉜다.
TN 방식 디스플레이가 가장 먼저 나왔지만 시야각 제한 등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나온 게 VA와 IPS다. VA는 액정을 수직으로 배열하고 IPS는 수평으로 배열하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VA는 색감이 좋고 명암비가 높다. 잔상이 남는다는 단점이 있다. IPS는 시야각이 넓고 잔상이 없다. 명암비는 다소 떨어진다.
전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의 경우 65%가 VA, 35%가 IPS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최근 들어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IPS 패널이 들어가면서 IPS 방식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LG디스플레이에 의해 IPS 방식을 계속 진화하고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는 AH-IPS(Advanced Performance-IPS)다. 더 진일보한 IPS 방식이다.
AH-IPS는 시야각이 높고 터치 패널에도 보다 안정적인 영상을 제공한다. 거기다 측면 시인성이 우수하고 응답속도가 빠르다.
액정을 통과하는 및의 양, 즉 투과율이 IPS 패널보다 높아 명암비와 밝기가 더 좋아졌다.
특히 AH-IPS에 적용한 초고정세도 기술은 사람의 눈이 인식할 수 있는 픽셀보다 더 많은 픽셀을 넣어 픽셀 하나하나를 육안으로 쉽게 구별할 수 없도록 했다.
LG디스플레이가 출시한 3.5인치 스마트폰용 AH-IPS 패널은 960x640 해상도에 326ppi(인치당 픽셀수)를 지원한다. 다른 회사의 패널이 250ppi 안팎인 걸 감안하면 AH-IPS의 선명함과 세밀함을 알 수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다른 디스플레이의 일부 영역에서 색의 왜곡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AH-IPS는 원본 이미지의 색상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태블릿PC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보다 좋은 화질, 넓은 시야각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AH-IPS가 주목받는 이유다.
권영수 사장은 "LG디스플레이만의 AH-IPS를 통해 소비자는 스마트폰, 스마트북 등 모든 기기에서 보다 선명하고 밝은 세계 최고의 화질을 즐길 수 있다"며 "IPS처럼 디스플레이 업계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넘버원 디스플레이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IPS, 전세계서 '뜬다'
LG디스플레이는 IPS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토대로 전세계서 IPS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브라질, 인도,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고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는 지난 2009년부터 오는 2013년까지 미국, 유럽의 LCD TV 연평균 성장률은 한자릿수 중반대로 예상했다. 반면 중국 16%, 아시아 37%, 라틴아메리카 26%으로 신흥 시장의 성장률은 보다 높게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신흥시장 중 특히 브라질, 인도, 중국은 CRT TV의 수요를 대체하는 LCD TV의 새로운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앞으로 이 시장에서 디스플레이 업체 간 뜨거운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B2B(기업 간 거래) 기업임에도 생산 중심에서 벗어나 마케팅 활동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IPS 로고를 제작해 광고, 판촉물 제작 등에 활용했다. 또 TV 제조사를 상대로 IPS 기술 및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자리를 정기적으로 마련했다.
브라질에선 지난 2009년 상파울로 프로축구단을 1년간 후원하는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 인도에선 '경쟁사의 패널은 손으로 만지면 잔상이 남지만 IPS 패널은 변함없다'는 내용을 담은 TV 광고를 제작했다.
이 같은 마케팅 활동의 성과가 점점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 IPS 패널에 대한 선호도는 37%에서 60%로 상승했다. 또 중국 소비자의 경우 TV를 구매할 때 브랜드, 가격, 화질 다음으로 LCD 패널 종류를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5일 미국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2011' 전시회에서 'AH-IPS' 특별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이 전시회에서 AH-IPS를 적용한 3.5인치, 4.5인치 스마트폰용 패널과 7인치 및 9인치 스마트북용 패널을 새롭게 선보였다.
LG디스플레이 IPS 패널의 기술 및 생산 경쟁력과 마케팅 활동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전세계서 새로운 고객이 나타나고 있다.
권영수 사장은 "IPS 기술이 산업 쪽에서 각광을 받으면서 예기치 못했던 고객이 찾아와서 공급을 받아간다"며 "소니도 그렇고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여러분이 알 만한 좋은 회사들이 있다"고 말했다.
김도윤기자 moneyno@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