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정부가 한-미 FTA 비준안을 지난 3일 국회에 제출한 가운데 야당 의원들이 한-미 FTA의 국회 비준을 전면 거부하며 전면 재협상을 요구했다.
야당 의원 50여명으로 구성된 '한-미 FTA전면 폐기를 위한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는 16일 오전 회의를 열고 정부에 한-미 FTA의 지적재산권 문제, 농축산 분야, 금융 분야의 전면 개방, 투자자 국가 제소조항 등 독소조항에 대한 전면 재검증과 전면 재협상을 요구했다.
이들은 ▲한-미 FTA의 경제 효과에 대한 구체적 내역을 공개하고 전면 재검증할 것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를 위한 약사법 개정 중단 ▲통상절차법 제정을 주장했고 야4당의 한미 FTA공동대응을 위한 대책기구 구성도 촉구했다.
이들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외통위 상정에 대해서도 "한-미 FTA의 졸속 처리를 위한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은 사태가 발생할 경우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강력히 저지해 나갈 것"이라고 해 물리적 수단도 동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편, 이날 의원들은 한-미 FTA의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비상시국회의 공동 대표인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정부가 제출한 한-미 FTA 안이 이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한국의 금융시장은 해외 투기 자본들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며 "투자자 제소 조항과 금융 서비스 전면 개방은 한국 금융이 사실상 월가의 종속 시장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최소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금융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한-미 FTA는 수정돼야 한다"면서 "원안 수정 없는 한-미 FTA는 재앙"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도 "한-미 FTA는 우리의 입법·사법·행정을 다 침해한다. 미국은 법 하나 바꾸지 않고 대한민국은 이미 법을 차근차근 다 바꾸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미 의회 비준을 위해 읍소하는 형태로 법을 상정해 논의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고 여당을 비판했다.
강 의원은 "지금 한국 경제가 양극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한-미 FTA가 발효되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미국 경제의 예속 국가가 될 수 있다"면서 "한-미 FTA는 전면 재협상 아니면 전면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조배숙 최고위원은 한-미 FTA가 헌법적 가치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조 최고위원은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투자자 제소 조항은 헌법상 경제적 민주주의와 충돌한다"며 "더욱이 한-미 FTA는 국회 비준을 한번 해버리면 나중에 이를 폐기하기도 어려운 만큼 헌법 개정에 준하는 절차를 밟든지 국민에게 이런 부분을 소상히 알려주고 투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후 대규모 시국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이후 한-미 FTA의 개정 및 폐기를 위한 활동을 본격화할 계획이어서 한-미 FTA 국회 비준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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